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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What]'독점, 인플레의 적' 규제 칼날에...美재계 “번지수 틀렸다” 반발

■반독점 기관에 힘 싣는 바이든

지지율 추락 책임 물가에 돌려

FTC·법무부·농무부는 물론

연방해사위원회도 동원 압박

빅테크서 돼지고기·휘발유까지

업종불문 무차별 반독점 조사

재계 "근본책 없이 희생양 찾기"

리나 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 위원장/연합뉴스




리나 칸 위원장이 이끄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최근 아마존의 클라우드 사업인 아마존웹서비스(AWS)에 대한 반독점 조사에 돌입했다. 컬럼비아대 법대 교수 출신인 칸 위원장은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이라는 매파적인 논문으로 유명하다. 아마존 저승사자로까지 불리는 그가 이번에는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에서 41%를 점유하고 있는 AWS를 정조준하고 있는 것이다. AWS가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경쟁사의 소프트웨어 진입 등을 방해했는지가 이번 조사의 핵심이다.



25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와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억누르기 위해 FTC와 같은 반독점 정부 기관들에 전폭적인 힘을 실어주고 있다. 치솟는 물가가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자 시장점유율이 높은 대기업과 유통 업체들에 칼을 빼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재계에서는 번지수가 틀린 인플레이션 대응법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칸 위원장을 비롯해 ‘구글 저격수’로 불리는 조너선 캔터를 법무부 반독점국장에 임명했으며 빅테크 기업의 분할을 촉구해온 팀 우를 대통령 기술·경쟁정책 특별보좌관에 발탁했다. 이들은 모두 반독점 규제를 강하게 주장하는 ‘뉴브랜다이스 운동’의 대표적 인사들로 평가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농무부·FTC·법무부는 물론 잘 알려지지 않은 기관인 연방해사위원회(FMC)까지 동원해 반독점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조너선 캔터 법무부 반독점 국장/연합뉴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돼지고기 값이 크게 오르자 농무부에 대형 정육 업체들을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소수의 업체들이 가금류와 돼지고기 가격을 과도하게 인상하고 농가에는 적게 보상함으로써 코로나19 이후 이윤을 세 배나 끌어올렸다고 비판했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도 이달 초 보고서에 “시장 지배적 육류 가공 업체들이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점점 더 많은 이윤을 남기고 있다”고 적시했다.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11월 육류 가격은 전년 같은 달보다 16% 급등했다.

미국인들의 불만이 높은 휘발유 가격도 백악관의 관심이 큰 분야다. 이와 관련해 FTC는 대형 석유 업체들이 최근 국제 유가가 하락한 후에도 계속 휘발유 등의 가격을 올린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글로벌 해운 업계의 바가지 운임 혐의에 대해서는 FMC가 조사에 나섰다. 공급망 위기 속에서 몇몇 해운 동맹들이 담합을 통해 운임을 최대 9배나 올렸다는 것이 쟁점이다. 이와 더불어 법무부는 설탕 업계의 대형 인수합병(M&A)을 저지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NYT는 전했다.

미국 재계에서는 그러나 바이든 정부가 근본적 해법 없이 인플레이션 희생양만 찾고 있다는 비판이 쇄도한다. 가뜩이나 공급망 위기와 인건비 상승으로 신음하는 기업들을 더 지치게 한다는 것이다. 네일 브래들리 미국 상공회의소 부회장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근본적 오해이며 정치적 접근법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육류 업계는 “백악관이 돼지고기 등의 폭발적인 수요를 간과하고 있다”며 “수요와 공급에 대한 무지를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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