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열풍을 빼놓고 2021년을 말할 수 있을까. 올해는 OTT 플랫폼 오리지널 드라마 작품들이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도 많은 화제를 모았던 해였다. 독창적 소재와 감각적인 연출 등으로 한국의 뛰어난 콘텐츠 제작 능력을 전 세계에 자랑했다. 넷플릭스 뿐만 아니라 웨이브, 티빙, 쿠팡플레이, 왓챠, 시즌, 카카오TV 등을 통해 각양각색 오리지널 작품들이 쏟아지며 많은 시청자들 사랑을 받아왔다.
2021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올 한 해 각 OTT 별로 어떤 드라마가 ‘핫’했는지 서울경제스타가 정리해 봤다.
◆넷플릭스, 하고싶은 거 다 해!
2021년은 그야말로 '넷플릭스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넷플릭스가 연달아 공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D.P.', '오징어 게임', '마이 네임', '지옥'이 줄줄이 성공을 거두며 한국 콘텐츠 저력을 전세계에 알린 계기가 됐다.
먼저 올해 최대 히트작인 '오징어 게임'은 456명의 사람들이 456억 상금이 걸린 미스터리 데스 게임에 초대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서바이벌, 데스 게임 장르 드라마다. 무려 53일간 넷플릭스 전 세계 1위를 차지하며 '오겜 신드롬'을 일으켰다. 아울러 총 시청 시간 16억5,045만 시간으로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역대 시청 시간 순위 전체 1위에 올랐다. 6억2,549만 시간으로 2위를 기록 중인 '브리저튼 시즌 1'과도 압도적 차이가 난다. '오징어 게임'은 공개 3개월이 지난 지금도 세계 TOP10 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어 시청 시간은 계속해서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오징어 게임' OST부터 각종 게임, 의상, 명대사까지 모든 요소들이 세계적 열풍을 불렀다. 특히 올해 핼러윈 데이에는 세계 곳곳에서 '오징어 게임' 진행자와 참가자 복장을 코스프레한 사람들이 많았다. 또 유튜브 등 각종 SNS에는 달고나 게임을 직접 해보는 외국인들 영상이 많이 올라오기도 했다. 한편 제79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 '오징어 게임'이 TV 시리즈 드라마 작품상, 드라마 남우주연상(이정재), 남우조연상(오영수) 후보로 올라 과연 상을 탈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D.P.'는 탈영병들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 준호(정해인)와 호열(구교환)이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들을 쫓으며 미처 알지 못했던 현실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우리나라 군대의 어두운 실상을 가감 없이 잘 나타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국내를 비롯한 여러 징병제 국가들에서 1위를 기록했다. 배우 구교환이 리얼하고 능청스러운 연기를 잘 선보여 사람들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기도 했다. 'D.P.'는 최근 시즌 2 제작이 확정된 상태다.
'마이 네임'은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조직에 들어간 지우(한소희)가 새로운 이름으로 경찰에 잠입한 후 마주하는 냉혹한 진실과 복수를 그린 작품이다. 한소희의 수준급 액션 연기와 OST가 많은 사람들에 좋은 평을 얻었다. 공개 5일 만에 넷플릭스 세계 순위 3위까지 올랐다.
'지옥'은 한국 콘텐츠 최초로 공개 하루 만에 전 세계 1위에 올라 '오징어 게임'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지옥'은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유아인, 김현주, 박정민, 원진아, 양익준 등이 출연했다.
이 밖에도 한국형 SF 스릴러 '고요의 바다'가 지난 24일 공개된 후 세계 7위로 진입하며 흥행 시작을 알렸다. 또 웹툰 원작 좀비물 '지금 우리 학교는'은 내년 초 공개를 앞두고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렇게 된 이상 시즌2로 간다'…웨이브
웨이브에서는 올해 두 편의 오리지널 드라마를 내놓았다. 시트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와 '유 레이즈 미 업'이다.
정치 풍자 블랙 코미디 드라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는 웨이브에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해 시즌 2에 대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문화체육부 장관으로 임명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셀럽 이정은(김성령)이 남편인 정치평론가 김성남(백현진)의 납치 사건을 맞닥뜨리며 동분서주하다 대선 잠룡까지 떠오르게 되는 이야기다. 대한민국 사회 현실을 리얼하게 그려내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얻었다.
'유 레이즈 미 업'은 고개 숙인 30대 용식(윤시윤)이 첫사랑 루다(안희연)를 비뇨기과 주치의로 재회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인생의 주인공으로 우뚝 서는 섹시 발랄 코미디 드라마다. 웨이브가 서비스 론칭 이후 처음 선보인 자체 기획 드라마로, 공개 첫 주에 웨이브 신규 가입 견인 1위를 차지하는 등 화제를 모았다.
◆'술꾼들'이 끌고 '세포들'이 밀고…티빙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 '술꾼 도시 여자들', '해피니스'도 국내에서 많은 인기를 얻었다.
그중 '술꾼 도시 여자들'은 유튜브 공식 클립 영상 조회수가 공개 한 달 반 만에 6천만 뷰를 돌파하는 등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크게 화제가 됐다. 하루 끝의 술 한잔이 인생의 신념인 세 여자의 일상을 그린 본격 기승전술 드라마로 정은지, 한선화, 이선빈 세 배우 간 연기 케미가 특히 돋보였다. 한선화의 내숭 없는 리얼 '술꾼' 연기도 흥행에 한몫했다.
SNS 입소문 덕분에 '술꾼 도시 여자들'은 역대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주간 유료 가입 기여 수치 1위를 기록했다. 공개 5주 차에 집계된 유료 가입 기여 수치는 무려 3,585%를 기록했다. 이처럼 시즌 1이 크게 성공을 거둔 덕에 최근 시즌 2 제작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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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의 세포들'은 원작 웹툰을 애니메이션과 적절히 섞어 드라마로 잘 재현했다는 평을 받으며 흥행했다. 특히 김고은과 안보현의 현실 커플 연기가 많은 인기를 얻었다. 김고은은 캐스팅 당시 원작 웹툰 캐릭터와 이미지가 비슷하지 않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특유의 리얼한 생활 연기로 호평을 이끌어내며 우려를 완벽히 불식시켰다. 구웅 역을 맡은 안보현 역시 원작 캐릭터와 싱크로율 100%를 자랑했다. '유미의 세포들'도 인기에 힘입어 시즌 2가 확정된 상태다.
tvN 동시 공개 '해피니스'는 감염병이 일상화된 뉴노멀 시대, 고층을 일반 분양으로 저층을 임대주택으로 나눈 대도시 신축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계급 간 차별과 은근한 신경전을 그린 드라마다. 한효주, 박형식, 조우진이 주연으로 출연했다. '해피니스'는 감염병 상황 속 다양한 인간 군상을 리얼하게 그려내며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 시대에 밀접한 공감을 이끌어냈다. 또 많은 시청자로부터 좀비 드라마 중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 '어느 날' 찾아온 웰메이드 드라마…쿠팡플레이
쿠팡플레이에서는 김수현, 차승원, 김성규가 주연을 맡은 '어느 날'이 흥행했다.
'어느 날'은 한 여인의 살인 사건을 둘러싼 두 남자의 치열한 이야기를 통해 지극히 대중적 시각에서 형사사법제도를 파헤치는 드라마다. 하룻밤 일탈로 평범한 대학생에서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된 김현수(김수현)에게 잡범들을 변호해 먹고사는 삼류 변호사 신중한(차승원)과 교도소 내 먹이사슬 최상위 권력자 도지태(김성규)가 손을 내민다. 영국 BBC '크리미널 저스티스'를 원작으로 한다.
쿠팡플레이는 '어느 날' 1, 2회 공개 후 다음날까지 신규 가입자 수가 전주 대비 254% 늘어났다고 밝혔다. 김수현은 '사이코지만 괜찮아' 성공 이후 드라마 복귀작이고 차승원은 '화유기' 이후 3년 만의 복귀작이어서 화제를 모았다. 쿠팡플레이 첫 오리지널 드라마가 성공을 거두며 내년에 공개될 수지 주연의 '안나'에도 기대가 커지고 있다.
◆5,300만 명이 본 그 작품…왓챠
왓챠는 웹드라마 '좋좋소'가 큰 인기를 끌었다. '좋좋소'는 중소기업에 취직한 사회초년생 29세 조충범(남현우)을 주인공으로 중소기업 현실을 리얼하게 그려낸 드라마다. 과장이나 왜곡 없이 현실을 그대로 담아내 많은 중소기업 직원들로부터 '극사실주의'라며 호평받았다.
유명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이 각본과 감독을 맡고 유튜브 '이과장' 채널에서 공개돼 관심을 모았다. 시즌 1은 빠니보틀 자비로 제작됐었는데 1회 공개 후 2주 만에 조회수 100만을 넘는 등 화제가 되자 왓챠가 시즌 2부터 제작 지원을 맡아 확장판을 따로 제작하기도 했다. '좋좋소' 시즌 1~3 누적 조회수는 무려 5,300만 회를 넘었다. 현재는 시즌 4~5가 촬영을 마쳐 내년 1월 공개를 앞두고 있다.
◆명품 배우들의 향연…시즌
시즌 올해 오리지널 콘텐츠 1위는 올레tv와 공동 제작한 '크라임 퍼즐'이었다. '크라임 퍼즐'은 살인을 자백한 천재 범죄 심리학자 한승민(윤계상)과 그의 전 연인이자 담당 수사관으로서 사건의 배후를 파헤치는 형사 유희(고아성)가 흩어진 퍼즐 조각들을 모아 거대한 실체에 다가가는 진실 추격 스릴러 드라마다.
'크라임 퍼즐'은 올레tv에서 4주 연속 가장 많이 본 콘텐츠 1위를 기록했고 시즌에서도 '이용기여 콘텐츠' 3주 연속 1위에 오르는 등 흥행을 이끌었다. 이러한 인기를 바탕으로 후지TV, 라쿠텐 비키(Rakuten Viki) 등 글로벌 OTT 플랫폼과 콘텐츠 유통 계약을 맺고 일본, 북남미, 유럽 등 100여 개국에 판매되기도 했다.
◆'이 구역의 미친 존재감'…카카오TV
카카오TV는 올해 다수 자체 제작 콘텐츠를 선보였다. 그중 특히 화제를 모은 드라마로는 '이 구역의 미친 X'와 '도시남녀의 사랑법'을 꼽을 수 있겠다.
'이 구역의 미친 X'는 분노조절 0%의 '미친X' 노휘오(정우)와 분노유발 100%의 '미친X' 이민경(오연서), '이 구역의 미친 X'를 다투는 두 남녀가 펼쳐내는 과호흡 유발 코믹 로맨스다. 공개 5시간 만에 조회수 100만을 넘더니 하루 만에 200만을 넘었다. 넷플릭스에도 공개돼 종영 이후에도 국내외 '오늘의 TOP 10' 순위에 이름을 올리는 등 꾸준한 입소문을 탔다.
세상을 향해 마음의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던 이들이 서로를 향해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현실적으로 그려내 호평을 얻었다. 특히 데이트 폭력, 무분별한 악플, 스트레스 공황장애 등 요즘 민감한 사회 이슈들을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도 의미 있게 짚어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방송된 '도시남녀의 사랑법'은 복잡한 도시 속 내 안에 또 다른 나를 품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청춘들의 리얼 연애담을 담은 드라마다. '로맨스가 필요해' 시리즈, '연애의 발견' 등 현실적인 연애 이야기를 잘 쓰는 것으로 유명한 정현정 작가가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지창욱과 김지원이 2030세대 현실감 넘치는 연애를 잘 연기해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각국에서 넷플릭스 TOP10 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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