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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이재명·윤석열은 ‘정치가’인가

◆문성진 논설위원

두 대선 후보 표 계산에만 집착

북핵·초고령화 등 해법 안 내놔

영화 ‘돈룩업’ 정치꾼과 닮은꼴

차기 대선, 정치꾼은 걸러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정치꾼인가, 정치가인가. 단정하기 어려운 물음이다. 다만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준비하고,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준비한다”고 한 영국 경제학자 콜린 클라크의 정의에 따라 평가는 해볼 수 있겠다.

이 후보는 표 계산에 남달리 능하다. 여론을 의식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공약과 자신의 핵심 공약인 기본소득까지 접었으며, 음식점 허가 총량제와 주 4일 근무제 등도 불쑥 꺼냈다가 여론 반응이 신통치 않자 얼른 거둬들였다. 윤 후보의 묻고 더블식 득표 전략도 만만찮다. 코로나19 보상 50조 원 지급 카드를 꺼내 이 후보의 25조 원 지급 주장을 압도하려 한 것만 봐도 그렇다. 주택 공시가격과 종합부동산세 공약도 여당 측의 공시가격 적용 유예를 통한 보유세 동결에 대한 맞대응으로 비쳐지고 있다.

두 후보의 도덕적 수준은 말하기 민망할 정도다. 이 후보는 네 차례의 전과와 거친 욕설 등 본인 흠결에 아들의 불법 도박 전력까지 드러났고 대장동의 몸통일 수 있다는 의혹은 해소되지 않았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 후보는 검찰 권력 남용 혐의에서 자유롭지 않고 아내 김건희 씨가 자신의 학력과 경력 부풀리기 문제로 대국민 사과에 나서는 초유의 일까지 발생했다. 두 후보가 합세해 문재인 정부에서 전례 없는 부동산 폭등 사태 등으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겪은 국민들에게 전무후무한 혐오의 대선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오죽하면 2021년 대학교수들이 선정한 사자성어가 묘서동처(猫鼠同處)이겠는가. ‘도둑 잡을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됐다’고 여길 만큼 대선을 앞둔 민심은 흉흉하다. 대선 때마다 교수들은 사자성어로 정치 세태를 풍자했고 2002년 이합집산(離合集散·흩어졌다 모였다를 반복함), 2007년 자기기인(自欺欺人·자기를 속이고 남을 속인다), 2012년 거세개탁(擧世皆濁·온 세상이 모두 흐리다), 2016년 군주민수(君舟民水·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는다) 등이 묘하게도 적중했다. 부디 이번만은 예상이 빗나가기를 바란다.

‘검은 호랑이’의 해인 2022년 임인년(壬寅年)은 독립심이 강하고 정열적인 흑호의 기질이 깃들어 있다고 한다. 차기 대통령이 흑호의 장점을 살려 정치를 잘하면 좋겠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충돌, 글로벌 밸류체인의 재편, 미국발 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파, 북한의 핵 도발, 초고령화와 저출산 등 ‘회색 코뿔소’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큰 환란이 벌어질 수 있다. 그런데도 두 후보는 해법 제시는커녕 상대를 깎아내려 자신을 높이는 일에만 바쁘다. 영락없이 영화 ‘돈 룩 업’의 올리언 대통령(메릴 스트리프 분)과 닮은꼴이다. 초호화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이 영화에서 올리언은 지구로 돌진하는 혜성을 그대로 두면 충돌할 가능성이 100%인데도 끝까지 정치적 득실만 따질 뿐 상응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혜성의 방향을 조금만 돌려놓았어도 인류와 지구는 안전할 수 있었는데 이 못된 정치꾼이 모든 것을 망쳤다.

1880년 청나라 외교관 황준헌은 ‘조선책략’에서 연작처당(燕雀處堂)에 빗대 조선의 정치꾼을 질타했다. 그때 우리 선조들은 ‘불(외세 침입)이 나서 집(나라)이 모두 타 없어지게 생긴 것도 모르고 한가로이 처마 밑에 앉아 제비와 참새처럼 지저귀다가’ 일본에 국권을 빼앗겼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미중 갈등, 북핵 도발, 초고령사회로의 진입 등 엄청난 위협에 직면했다. 특히 북한은 2027년까지 200발의 핵무기를 보유할 것이라는 추정까지 나올 정도로 위험천만하다. 더는 손 놓고 있을 상황이 아니건만 두 대선 후보는 처마에 불이야 붙든 말든 서로를 헐뜯기에 여념이 없다. 클라크는 “정치꾼은 자신을 위해 나라를 이용하고, 정치가는 나라를 위해 자신을 바친다”고 했다. 이번 대선에서 정치꾼은 걸러지고 정치가가 출현해야 나라가 지속 가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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