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시간이 빠르게 흘러 올해도 끝이 났다. 한 살 더 먹는 게 아쉬워 "일 년 만이라도 시간을 돌리고 싶다"라고 하소연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서울경제스타는 이번 영화 추천 키워드를 '타임슬립'으로 잡아 봤다. 우리가 실제로 타임슬립을 할 순 없으니, 영화로라도 대리만족해 보자.
◆'명불허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작품…'테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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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 '인셉션', '인터스텔라', '덩케르크' 등 많은 대작을 남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2020년 작품이다. 시간의 흐름을 뒤집는 인버전을 통해 현재와 미래를 오가며 세상을 파괴하려는 사토르(케네스 브래너)를 막기 위해 투입된 작전 주도자(존 데이비드 워싱턴). 인버전에 대한 정보를 가진 닐(로버트 패틴슨)과 미술품 감정사이자 사토르에 대한 복수심이 가득한 그의 아내 캣(엘리자베스 데비키)과 협력해 미래의 공격에 맞서 제3차 세계대전을 막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인셉션'이 그랬듯 이 영화 역시 한 번만 보고는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는 평이 많다. 액션과 영상미는 화려하지만 내용이 다소 난해하다는 반응도 있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전작들을 재미있게 본 사람들에게 특히 추천한다. 제74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특수시각효과상,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시각효과상, 제26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시각효과상을 수상하는 등 시각 효과가 매우 뛰어나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독특한 소재와 시간 여행, 물리학 관련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 즐겨보길 바란다.
◆2인 1역 타임슬립 로맨스…'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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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프랑스 소설가 기욤 뮈소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각색한 한국 영화다. 해외에서 의료 봉사를 하던 수현(김윤석)은 우연히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10개의 알약을 얻게 된다. 수현은 알약을 통해 30년 전의 자신(변요한)과 만나 평생 후회하고 있던 과거의 사건을 바꾸려고 한다.
대부분 타임슬립 영화들처럼 과거로 돌아가 현재를 바꾸려는 기본적인 서사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런데 이 영화가 다른 영화들과 달리 더 재미있던 점은 '2인 1역'이었다. 배우 김윤석, 변요한이 둘 다 수현을 연기하고, 배우 김상호, 안세하가 수현의 친구 태호 역할을 맡으면서 같은 인물이지만 마치 다른 사람인 듯한 느낌을 준다. 전체적으로 원작 소설과 비교했을 때에도 각색이 잘 된 작품으로,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까지 더해져 더욱 몰입력을 높여준다.
◆시간의 반대로 흘러간다면…'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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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츠키 타카후미의 라이트 노벨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를 원작으로 한 일본 영화다. 줄거리는 스무 살인 타카토시(후쿠시 소타)와 에미(코마츠 나나)의 이야기로, 시간의 흐름이 반대로 흘러가는 두 명의 만남을 그리고 있다.
이 영화는 초반에는 타카토시의 시선을, 후에는 에미의 시선을 따라가 스토리를 해석하는 데에 있어 재미를 준다. 초반에는 에미가 신비롭고 궁금한 존재로 그려지지만, 몰랐던 진실들이 밝혀지면서 에미의 모든 말들이 이해되기 시작한다. 또 영화의 분위기와 배경도 정말 아름답다. 요즘처럼 쌀쌀한 겨울이 주는 분위기와 일본 감성이 만나 더욱 영화의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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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부터 폴 고갱까지 총출동…'미드나잇 인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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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예술에 관심이 있거나 영상미가 뛰어난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마음에 들 법한 타임슬립 영화다. 주인공 길(오웬 윌슨)은 홀로 파리의 밤거리를 배회하다 종소리와 함께 홀연히 나타난 오래된 차에 올라타게 된다. 그리고 그가 평소 황금시대라고 생각했던 1920년대에 도착해 그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들과 만나게 된다. 그날 이후 매일 밤 1920년대로 떠난 길은 동경하던 예술가들과 친구가 돼 꿈 같은 시간을 보낸다. 또한 헤밍웨이와 피카소의 연인이자 뮤즈인 애드리아나(마리옹 꼬띠아르)를 만나 그에게 빠져들게 된다.
극 중 주인공이 동경하던 1920년대에 살고 있는 아드리아나는 1890년대 벨 에포크 시대를 동경하고 있었고, 그들이 타임슬립해서 만난 벨 에포크 시대 인물들은 르네상스 시대를 동경하고 있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간도 미래의 누군가가 동경하는 황금시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영화다.
영화 내내 파리의 현재와 과거 아름다운 모습들이 나오며 눈을 즐겁게 한다. 젤다,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콜 포터, 어니스트 헤밍웨이, 거트루드 스타인, 파블로 피카소, 살바도르 달리, 드가, 폴 고갱 등 유명한 예술가들이 총출동하는데 실제 인물들과 닮은 배우들이 등장해 보는 재미를 준다. 약혼녀 이네즈 역을 맡은 레이첼 맥아담스는 어바웃 타임, 시간 여행자의 아내에 이어 또 한 번 타임슬립을 하는 주인공의 애인으로 출연해 소소한 흥미를 유발한다. '미드나잇 인 파리'는 제84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을 수상했고 작품상, 감독상, 미술상 후보작에 올랐다.
◆진정한 사랑을 알려 주는 영화…'이프 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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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인생 로맨스 영화'로 손꼽히는 '이프 온리'도 타임슬립 영화다. 주인공 이안(폴 니콜스)은 연인 사만다(제니퍼 러브 휴잇)보다 늘 일이 우선인 워커홀릭이었다. 그러다 사만다가 사고로 죽게 되고 이안은 큰 슬픔에 빠져 잠이 든다. 다음 날 아침 이안은 자신 옆에서 자고 있는 사만다를 보고 매우 놀란다. 남은 시간은 단 하루. 정해진 운명을 바꿀 수 없단 것을 깨달은 그는 더 늦기 전에 자신의 진정한 사랑을 전하기로 마음먹는다.
'이프 온리'는 '어바웃 타임',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말할 수 없는 비밀' 등 많은 타임슬립 로맨스 영화의 원조 격이다.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돼있다는 설정이 주인공들의 사랑과 운명을 더욱 애틋하게 만든다. 특히 이 영화는 OST가 일품이다. 대표곡 '러브 윌 쇼 유 에브리띵(Love will show you everything)'은 한 설문조사에서 한국인이 뽑은 최고의 영화음악 18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진정한 사랑에 대해 알려주며 눈물 쏟게 만드는 영화다. 사랑하는 사람과 꼭 한 번 함께 보길 추천한다.
◆전파를 통한 타임슬립…'동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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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에 개봉했지만 2020년에 재개봉한 영화 '동감'은 전파를 통한 시간 여행으로 한국 판타지 멜로의 시초라고 볼 수 있다. 무선을 통해 1979년을 살고 있는 윤소은(김하늘)과 2000년을 살고 있는 지인(유지태)이 교신하며 소통하는 내용이다.
지금은 상상조차 안 되는 배우 김하늘, 유지태의 풋풋한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당시의 한국 영화 속 순수한 그들의 모습은 뭔가 새롭다. 해당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79년과 2000년이 모두 지금은 오랜 과거가 되어 누군가에겐 1979년을, 누군가에겐 2000년을 그리워하게끔 만든다. 그리고 2011년에 방영된 MBC 예능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서 또다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가수 임재범의 '너를 위해'가 해당 영화의 삽입곡으로 나온다. 해당 곡이 영화의 아련한 분위기를 더해주며 여운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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