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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율 42% 불과...실효성 없는 대학 성폭력예방교육

내용 구태의연·공감대 부족한데

정부선 실적 위주로 점검·제재

토론식 교양과목 도입 의견 나와

지난 2015년 서울 종로구 명륜3가 성균관대학교 경영관에서 이 대학 경영학과 신입생들이 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으로부터 성폭력 예방 교육 특강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대학생 두 명 가운데 한 명은 성폭력 예방 교육을 이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국 대학들은 지난 2012년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성폭력방지법) 개정에 따라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이행 정도를 여성가족부에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대학별로 성폭력 예방 교육 의무화 여부를 다르게 규정하고 있어 이수율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부 대학은 80% 가까이 높은 데 반해 몇몇 대학은 20~30% 수준을 맴돌 정도다. 법률상 성인인 대학생들에게 무조건 성폭력 예방 교육을 강조할 수 없는 만큼 실질적 해결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대학생(전문대 제외) 가운데 성폭력 예방 교육을 수강한 학생 비중은 42.6%에 불과했다. 이는 전체 공공기관 종사자 교육 이수율(91.4%)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교직원 교육 이수율인 77%와도 34.4%포인트 차가 난다. 특히 졸업 필수 요건 지정 등에 따라 대학 간 이수율 편차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 예방 교육 이수를 졸업 필수 요건으로 지정한 고려대의 경우 지난해 이수율은 74%를 기록했다. 성폭력 예방 교육을 이수해야 성적 조회가 가능한 한국외국어대와 중앙대도 각각 71%, 87%로 대학 평균치를 크게 웃돌았다. 반면 별다른 제재가 없는 서울대와 연세대는 이수율이 20%대로 낮았다.



전문가들은 ‘교육 이행→여가부 보고→저조할 시 대학 본부 징계’라는 구조와 시대상을 따라가지 못하는 교육 내용이 빚어낸 결과라고 지적한다. 정부는 학생 참여율이 50% 미만이면 해당 대학을 ‘부진 기관’으로 선정한다. 또 관리자 교육, 개선 계획 제출 등으로도 제재한다. 실상 교육을 받지 않은 건 학생인데 대학본부만 나무라고 있는 셈이다.

교육 내용이 이론 중심으로 대학생들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교육을 강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내용마저 구태의연해 대학생들이 참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대 단과대 학생회장 연석회의가 지난 6월 320여 명의 학부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학생들은 예방 교육에 대해 “형식적이고 이론적인 내용 위주로 알려준다” “남성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규정하는 내용이 있다”는 등의 문제들을 지적했다. 서울대 인권센터도 2019년 관련 보고서에서 “교육의 효과는 이수율만으로 판단될 수 없다”며 “엄격한 법정 교육을 부과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교육의 당위성을 이해시키기보다 교육을 부담으로만 받아들이고 저항하게 하는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일선 대학의 예방 교육 담당자 A 씨는 “학생 수가 수만 명인 대학들은 교육을 강제하지 않고서는 이수율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지만 교육 강제가 능사는 아니다”라며 “그런데도 정부에서 실적 위주로 점검을 하니 대학으로서는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 C 씨는 “교육 내용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이 다양한 현실을 고려할 때 토론식 교양과목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며 “다만 이렇게 교육을 실시할 경우 정부에서 교육 콘텐츠와 인력 충원 방안 등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줘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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