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할머니도 하이힐 신고 런웨이 설 수 있죠”

시니어패션쇼의 원조 구하주 뉴시니어라이프 대표

실버 모델 콘테스트 최초 개최 등

17년 간 노년층 위한 활동에 초점

무력감·우울증 노인의 가장 큰 적

옷 입고 나갈 곳 있으면 열정 생겨

진정한 복지는 기회·일자리 주는 것





“60세가 지났다고 끝은 아니죠. 지금까지 했던 것들은 연습일 뿐입니다. 인생은 나이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내가 속하고 서 있는 자리가 어디냐에 따라 봄이 될 수도, 꽃을 맺을 수도 있습니다. 95세 할머니라고 하이힐 신고 런웨이 서지 말라는 법 없어요.”

65세 이상 노년층을 대상으로 제2의 삶을 제공하는 뉴시니어라이프의 구하주(75) 대표는 “노인도 슈퍼모델이 되고 영화배우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구 대표는 20대 때부터 약 30년간 명동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의상실을 운영했던 패션 디자이너다. 지난 2005년에는 실버산업전문가포럼 창립 회장, 한국시니어연합 공동대표를 역임했고 2004년 이후 17년간 사회적기업 뉴시니어라이프를 이끌고 있다. 2005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국내 처음으로 시니어 패션쇼를 개최했고 2006년에는 킨덱스에서 당시에는 생소했던 ‘시니어모델 콘테스트’를 열었다. 2017년에는 세계노년학회의 초대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패션쇼를 갖기도 했다.

구 대표는 50대 중반이던 1999년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사업은 물론 사람과의 교류도 끊는 등 모든 대외 활동을 중단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삶과 활동의 변화를 이해하지 못한 탓이었다. 그는 “50대가 됐어도 30대나 40대가 입을 수 있는 옷을 디자인하는데 내 고객들은 60세가 넘어가고 있더라”며 “신체적 정신적 변화와 절망감 등이 한꺼번에 몰려온 결과”라고 회고했다.

우울증의 늪에서 구해준 것은 실버산업. 2000년부터 3년간 시니어에 대해 공부하면서 60세까지의 삶은 연습일 따름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새로운 세계가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그는 “다시 열정이 불 끓듯 일어나고 책임감과 희망이 솟아올랐다”며 “이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사실에 전율까지 느꼈다”고 설명했다. 뉴시니어라이프 활동을 시작한 것도 이런 이유다.

뉴시니어라이프의 댄스 교실에 참여한 회원들이 아이돌 노래에 맞춰 안무 연습을 하고 있다.




시니어에게 가장 큰 문제는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구나’ 하는 무기력과 우울증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자신은 정년 퇴직하고 자식들도 다 결혼해 독립해 나간다. 할 일이 사라진 것이다. 일이 없으니 나갈 필요가 없고 그 결과 좋고 예쁜 옷을 입을 이유도 없다. 그는 “노인들이 나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며 “건강한 사람들이 노인이 안방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든지 뭘 할 수 있구나 생각하고 나와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패션은 그가 판단할 때 노인들의 문제를 해결할 가장 적합한 수단이다. 이미 경험도 해 보았다. 킨덱스에서 시니어 패션쇼를 할 때 모델 30명을 모집하는 데 그 9배가 넘는 280명이 몰려들었다. 패션쇼에서는 가족들까지 700~800명이 운집해 환호성을 지르는 등 엄청난 열기를 뿜어냈다. 이 때문에 당초 오전에만 열기로 했던 패션쇼가 오후에 한 차례 더 열리기도 했다. 시니어 패션이 단순한 ‘빅 사이즈’에서 벗어나 ‘그들이 필요로 하는 옷’으로 재탄생하는 모습을 보인 순간이었다. 구 대표는 “노인들에게 문화적 자극을 주니 가족들의 시선이 달라지고 모든 사람들이 자기가 진짜 모델인 것같이 열정이 끓더라”며 “그동안 가슴 속에 맺혔던 한의 응어리가 확 풀리는 느낌을 받은 듯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도 회원들을 상담하면 영화배우·슈퍼모델을 꿈꾸는 노인들이 많다고 전했다. 95세 모델은 100세까지 하이힐을 신고 런웨이를 걷겠다고 하고 80세 시니어는 젊은이들도 힘들어 하는 격렬한 댄스를 추기도 한다. 이곳을 찾았을 때도 65세부터 80세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의 할머니 5명이 젊은 강사의 지도에 따라 아이돌 노래에 따르는 안무를 하고 있었다.

구 대표는 “노인들은 겉보기에는 투박하지만 누군가 까주면 영롱하고 아름다운 열매를 맺는 석류 같은 존재들”이라며 “이들이 가슴에 묻어 놓은 보석들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와 일자리를 찾아주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노인 복지”라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