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제약사가 바이오 벤처와 손을 잡고 적극적으로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2010년대 중반부터 활발해지기 시작한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이 이제는 업계 생태계의 한 매커니즘으로 완전히 자리매김한 모양새다. 제약사와 벤처가 함께 신약을 만들면 제약사는 신약 후보 물질(파이프 라인)을 폭넓게 확보할 수 있고 벤처는 의약품 개발 노하우를 공유 받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069620)은 신약 개발 전문 업체인 넥스아이와 지난 달 23일 면역 항암제 공동 연구개발 및 중장기적 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MOU)을 체결했다고 23일 밝혔다. 넥스아이는 독자적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면역 항암제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는 신생 벤처로 신규 면역 치료 불응성 인자를 표적으로 하는 중화항체를 이용한 신약을 개발 중이다.
양사는 또 이번 협약을 통해 면역항암제 신약 NXI-101, NXI-201을 포함한 넥스아이의 파이프 라인을 함께 연구하고 개발하는 데 힘을 모을 예정이다. 특히 대웅제약은 넥스아이의 프리-A 시리즈 지분 투자 유치에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해 해외 기술 수출(라이선스 아웃) 등에서 넥스아이와 협력해 나갈 계획이다.
SK케미칼(285130)도 앞서 지난 8월 희귀 난치성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벤처 J2H바이오텍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SK케미칼과 J2H바이오텍은 합성 신약 플랫폼 기술인 옵티플렉스와 표적 단백질 분해 기술 등을 활용해 신약을 공동 연구하고 있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앞으로 유망 제약·바이오 분야 벤처 지분 투자를 이어 나갈 것”이라며 “파이프 라인 도입이나 공동 개발 등의 다양한 협력을 목적으로 하는 전략적 투자를 통해 오픈 이노베이션을 적극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오픈 이노베이션을 가장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는 유한양행(000100)은 지난해 에스엘백시젠·지엔티파마·에임드바이오·프로큐라티오·테라베스트 등에 대한 투자를 단행했다. 기업뿐 아니라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도 오픈 이노베이션 활성화를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정부는 지난 3월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을 출범시켜, 경남 김해·서울 마곡 등 지자체는 클러스터 구축 등을 통해 오픈 이노베이션을 지원 중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좀처럼 대·중소기업이 상생하기 힘든 다른 산업과 달리 제약·바이오 산업은 동반 성장을 위한 협력의 여지가 크다”며 “타 산업은 대·중소기업이 일반적으로 원·하청 관계를 맺는 경우가 많지만 제약·바이오 업계의 경우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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