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논란 끝에 원자력과 천연가스 발전 투자를 환경·기후친화적인 에너지원으로 분류하기로 했다. 다만 독일과 오스트리아·덴마크 등 일부 국가가 여전히 탈(脫)원전을 주장해 EU 회원국 간 갈등이 예상된다.
1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12월 31일 원자력·천연가스 발전을 환경·기후친화적인 지속 가능한 금융 녹색분류체계(Taxonomy·택소노미)로 분류하는 내용의 초안을 회원국에 발송했다. 단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할 장소가 존재하고 투자 관련 계획과 조달 자금이 마련돼 있는 원자력발전 사업에 한한다. 또 택소노미에 포함되기 위해 새롭게 건설되는 원전은 오는 2045년 전에 건축 허가를 받아야 한다. 천연가스 발전은 전력 1㎾h를 생산할 때 나오는 온실가스가 270gCo2eq(이산화탄소 환산량) 미만이면서 화석연료발전소를 대체하는 경우 녹색에너지로 분류된다. 새 천연가스 발전 시설은 2030년 12월 말까지 건축 허가를 받아야 한다. EU는 27개 회원국과 전문가의 검토를 거친 뒤 이달 중 분류법을 확정한다. 이는 향후 EU의 공공재정투자 등 자금 지원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EU 회원국 간 의견 차이가 큰 상황이다. 원전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지만 유독성 폐기물을 발생시켜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를 지속 가능한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할 수 있을지를 두고 논란이 벌어져왔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EU 일부 국가들이 에너지 공급 부족으로 전력난에 직면하면서 논쟁이 격화했다. EU 회원국 중 전력 생산의 70%를 원전에 기대는 프랑스와 폴란드 등은 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탈원전을 지향하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은 이를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앞서 독일은 지난해 12월 31일 마지막 남은 6개 원전 가운데 3곳의 가동을 중단했다. 남은 3곳도 내년 말 가동이 중단된다. 중도좌파인 사민당 소속의 올라프 숄츠 총리가 환경을 중시하는 녹색당 등과 손잡고 출범한 새 독일 정부는 원전을 줄인다는 정책 기조를 가졌다. 이는 프랑스·영국 등이 원전을 재가동하는 움직임과 상반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