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전염병이 쉽게 정복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분기 델타 변이에 이어 이번에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위협으로 등장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가 신규 확진자의 90%를 넘어섰고 프랑스 등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확산이 시작됐다. 최근 글로벌 하루 확진자 수는 150만 명을 넘어섰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긴장감이 감돈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 이후 지난 4차 팬데믹(세계적 대유행)보다 더 많은 하루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글로벌 자본시장은 안정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증시는 지난해 10월 이후 계속해서 고점 대비 10% 내외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3분기 중 일시적 조정을 받았던 유럽과 아시아 주요 시장도 사상 최고치 대비 2~3% 아래 수준까지 올라왔다. 채권시장과 외환시장 역시 큰 변화 없이 움직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오미크론 변이의 낮은 치명률 때문으로 보인다. 백신 접종이 늘고 각국의 의료 시스템이 강화된 것도 이유지만 바이러스 자체가 감염률은 높고 치명률은 낮은 방향으로 변이를 거듭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이유로 판단된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오미크론 변이가 오히려 감기처럼 일반 감염병으로 전환되는 신호라는 낙관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결국 이 같은 낮은 치명률이 각국 정부의 대응에 있어서도, 개인들의 활동에 있어서도 과거와 조금 다른 모습을 만들어내고 있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은 빠른 확산세에도 전격적인 봉쇄 조치를 내리지는 않고 있으며 마스크 착용 등 개인 방역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잡고 있다. 소비 역시 강한 모습이다. 여행 수요는 감소했지만 제품에 대한 소비는 오히려 늘고 있다. 미국에서 최근 발표된 연말 쇼핑 시즌 소비는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론 오미크론 변이의 확장을 제외하더라도 지금 자본시장 환경은 그리 녹록지 않다. 가장 큰 위험은 물가와 낮아진 정책 여력이다. 높은 물가는 결국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한 경제 정책의 부작용으로 볼 수 있는데 이는 앞으로 확산 속도와 치명률이 높은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나도 예전과 같은 정책을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의미한다. 게다가 이번 사태에서 확인했듯 전염병 확산은 특정 제품 소비의 증가와 제조, 물류 측면에서 병목현상을 초래한다. 재정지출이 줄어도 공급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이 일정 기간 유지될 수 있다는 얘기다.
고물가의 당연한 귀결인 긴축도 부담이다. 지금까지는 현재의 경기 확장이 다분히 정책 의존적이라는 점, 양극화가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급격한 긴축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물가 추이에 따라 정책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즉 유동성 장세의 끝물이라는 평가가 시장을 압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주요국 증시가 안정된 흐름을 보이는 것은 결국 전염병 자체만으로는 이제 증시가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길게 보면 지금의 과정도 전염병의 소멸 과정이며 글로벌 경제가 조금씩이나마 정상화될 것이라는 믿음이 크기 때문이다. 경기 확장의 마무리와 함께 언젠가 이번 증시 추세도 꺾이겠지만 적어도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이 그 이유가 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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