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장품 시장은 전 세계 화장품 기업들에 가장 중요한 마켓 중 하나다. 전 세계 수요의 약 4분의 1을 차지할 뿐 아니라 지난 5년간 수요 증가분의 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크다. 그 압도적인 시장 규모와 높은 성장률로 인해 기회가 큰 시장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그만큼 경쟁도 치열할 수밖에 없다.
중국 화장품 시장도 때로는 소비경기의 흐름에 영향을 받아 성장률이 둔화하기도 한다. 2021년 하반기에 그러한 영향을 일부 받았는데 코로나19의 확산과 변이 등으로 소비자들의 줄어든 외부 활동이 화장품에 대한 수요와 오프라인 소비 둔화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매 매출을 분석해보면 실제로는 수요 추이가 예전에 비해 크게 유의미하게 둔화한 양상은 아니다. 2020년 상반기 코로나19로 인해 소비가 급격하게 둔화한 후 그에 따른 이연 소비가 하반기에 집중되면서 연말로 갈수록 성장률이 가속화됐다. 따라서 분기별 소비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던 2021년에는 하반기로 갈수록 전년 대비 성장률이 둔화하는 일종의 착시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단기적인 수요 변화 외에도 중국 화장품 시장에는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한다. 온라인 구매의 구조적인 증가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차치하더라도, 다양해진 온라인 플랫폼의 성격에 따라 전략을 차별화해야 하는 것은 화장품 기업들의 새로운 숙제가 됐다.
브랜드 선호도 측면에서는 중저가보다 고가 화장품이 더 견고한 수요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고가 화장품 수요는 여전히 수입 브랜드들이 견인하고 있고 이는 고기능성 명품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선호도 증가로 설명할 수 있다. 중저가 브랜드 사이에서는 중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고객 충성도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가격대 브랜드 사이의 경쟁이 그만큼 치열한데 변동성이 심한 만큼 브랜드력과 마케팅에 따라 지속성은 달라질 수 있다.
이렇듯 빠르게 변화하는 중국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들의 민첩한 전략이 요구된다. 하지만 민첩성만으로는 차별화하기 쉽지 않다.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브랜드력이다. 오래된 브랜드들은 축적된 남다른 경쟁력이 있고 기업들이 브랜드 가치에 꾸준한 투자를 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브랜드력이 탄탄하면 유통 채널의 변화나 다른 경쟁에서도 견고할 수 있다.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은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트렌디하고 혁신적인 제품으로 인정 받아왔지만 일부 브랜드들은 상대적으로 브랜드력이 강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여전히 유의미한 성장의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시장이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에 주는 시사점이다.
소비재 주식 투자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투자자 자신이 소비자이기도 하므로 주관적인 선호도나 의견이 반드시 올바른 투자 판단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소비재 주식을 볼 때는 기업들의 재무적인 성과뿐 아니라 중국을 포함한 주요 시장의 소비 흐름 등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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