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해 길가에 앉아 있던 10대 여성을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광주고법 제1형사부(이승철 재판장)는 간음약취, 준강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44)씨의 항소심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20년 7월 3일 오전 3시 30분부터 같은 날 오전 6시까지 술에 취한 B(18)양을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는 차를 타고 광주 광산구의 도로를 지나던 중 술에 취해 앉아 울고 있는 B양을 우연히 목격했다. 이후 그는 B양에게 다가가 "위험하니 차에 타라. 드라이브나 하자. 탑승하지 않으면 112 신고를 하겠다"고 꾀어 북구의 한 모텔로 데려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B양은 같은날 오전 6시 20분쯤 모텔에서 나와 A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A씨는 B양의 동의를 받고 모텔에 데려갔으며, 간음을 목적으로 약취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모텔에서 특정 신체를 부위를 만진 사실은 있으나 B양이 거부하자 곧바로 중단했으며, 옷도 벗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1심 재판부는 공소 사실에 따른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모텔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 B양은 스스로 A씨의 차량에서 내려 모텔 객실까지 걸어갔으며 비교적 또렷하게 "X나 졸려"라고 말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아울러 B양은 A씨 차량에 탑승한 무렵부터 모텔을 나올 때까지 남자친구에게 8차례 문자를 보냈으며 A씨가 B양으로부터 남자친구와 자신의 건강상태 등 직접 듣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내용을 알고 있는 점 등도 법리적 무죄 판단 배경이 됐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술에 만취해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었다고 볼만한 직접 증거는 피고인을 만났을 때부터 모텔에서 나오기 전까지 부분적으로만 기억이 난다는 내용의 피해자 진술뿐이다. 결국 피해자가 부분적으로만 기억이 난다는 것은 스스로의 행동 부분도 기억을 못 하는 블랙아웃 현상을 겪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는 점을 이용해 피해자를 간음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이 사건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2심 재판부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는 검사의 항소에 대해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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