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발이 되자 이렇게 일이 풀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열다섯 살 때 사람들은 나에게 잘해야 열여덟까지 갈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런데 일흔한 살인 지금, 어느 때보다 각광받고 있다. 내가 배운 거라면 언제든 길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언제라도 다른 계획을 세울 수 있다. (…) 한 가지 확신이 있다면 갈수록 좋아진다는 것. 월요일이면 어느 때보다 신이 난다.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거라는 기대 때문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소셜미디어와 웹사이트에 신나게 포스팅을 해서 뭔가 일어나게 만든다. 그래서 일흔한 살이 멋지다고 말하는 거다. 그래서 나이 따위에 걱정하지 않는 거다. (메이 머스크, ‘메이 머스크: 여자는 계획을 세운다’, 2021년 문학동네 펴냄)
최근 내가 읽은 가장 ‘젊은 책’은 71세 은발의 할머니가 쓴 책이다. 그의 은발은 노화의 표상이 아니라 도도하게 빛나는 왕관이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의 어머니, 메이 머스크는 염색하지 않은 은발머리로 일이 풀린 독특한 케이스다. 모두가 조금이라도 더 젊어 보이기 위해 염색을 할 때 그는 과감하게 염색을 그만두었고, 은발의 모델은 광고주와 미디어 관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해 전 세계 1위 부자로 랭크된 ‘부자들의 부자’로 불린다. 그러나 그를 낳고 기른 메이 머스크는 지독히 가난했다. 남편에게 가혹한 폭력을 당했고, 이혼 후 영양사와 모델 일을 겸하며 세 아이를 홀로 먹여살려야 했다. 그러나 그는 불행에 무너지지 않았다. 아무리 가난할지라도 일자리를 찾아 다시 일어섰고, 자신을 짓밟는 남자들에게서는 온 힘을 다해 벗어났다. 그리고 바닥으로 꺼질 것 같은 우울의 날에도 웅크리지 않고, 자신의 상황을 알리고 사람을 만나러 나갔다. 온갖 시련과 고난이 그를 할퀴고 지나갔음에도 그는 말한다. 인생은 확실히 더 좋아진다고. 일흔한 살인 지금도 살아간다는 것이 설렌다고.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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