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공약으로 검토 중인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낙연 캠프에서 복지국가비전위원장을 맡았던 이상이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5일 “재정을 파탄 낼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이 교수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을 비판해 당원 자격정지 8개월의 징계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건강보험 재정 파탄낼 이재명의 포퓰리즘 정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당장 탈모 치료제를 복용하고 계신 분들이나 국내외 관련 제약사들은 내심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잘 생각해봐야 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생명과 건강에 직접적인 관련성이 낮은 탈모 치료에 연간 수백억원에서 1,000억원대의 건강보험 재정을 지출한다면 국민건강보험은 재정적으로 죽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발표된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65.3%에 그쳤다. 이는 ‘문재인 케어’의 임기내 보장률 목표치인 70%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며 박근혜 정부 말 보장률(63%)보다 약간 상향된 수준이다”라고 했다. 이어 “결국 우리는 주요 질병으로 인한 직접 의료비 부담이 여전히 큰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면서 “그럼에도 최근 수년 동안 건강보험 재정은 빠른 속도로 적자를 누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급속한 고령화 속에서 앞으로 건강보험제도가 재정적으로 지속 가능하려면 가파르게 건강보험료를 높일 수밖에 없다. 이것은 저출생 고령화 인구위기로 인해 이미 정해진 숙명이다”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이 후보가 탈모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을 대선 득표 전략으로 무책임하게 던지고 말았다. 경악할 일이 아닐 수 없다”며 “실제 이 공약이 이행되면 다른 미용 시술에 대한 보험 적용 요구도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선진 복지국가들이 건보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려 비(非)필수적 의료서비스 항목에 대해 본인부담을 늘리는데, 되레 이 후보의 공약은 고령화 사회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의 국민건강보험제도가 김대중 정부에서 출범했고, 노무현 정부에서 65%라는 최고 보장률을 기록했고, 문재인 케어로 다시 보장률이 65.3%까지 올라섰다”며 “자랑스러운 국민건강보험제도가 기본소득 포퓰리스트 이 후보로 인해 재정적으로 무너지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민이 심사숙고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 후보는 이날 탈모약 공약과 관련 “진지하게 접근하면 좋겠다”면서도 “신체의 완전성이란 측면에서 탈모가 건보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만 “재정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 경계선을 어디까지로 정할지 등 문제에 대해서는 자세히 정책본부에서 검토 중”이라며 “이른 시일 안에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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