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출생신고가 안 된 채 ‘투명인간’처럼 살아온 세 자매 모두 어머니의 친자로 확인돼 올해 호적을 갖게 됐다. 5일 제주동부경찰서와 제주시에 따르면 최근 한국유전자검사평가원은 최근 24살·22살·15살 자매와 어머니 A씨 유전자(DNA)가 99% 일치한다는 검사 결과를 보내왔다.
앞서 A씨와 세 자매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거쳐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30일 DNA 검사를 받았다. 출생증명서가 없는 경우 부모와 자녀 사이에 혈연관계를 소명할 수 있는 자료와 출생 확인 신청서를 가정법원에 제출해 출생확인서를 받으면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 세 자녀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도내 한 변호사가 이들의 출생신고와 관련한 소송과 변론을 무료로 해주겠다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세 자매의 출생신고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친모인 A씨가 지난해 12월 중순 제주시의 한 주민센터에서 사실혼 관계인 배우자의 사망신고를 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당시 주민센터를 함께 방문한 딸들이 "우리도 출생신고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자 A씨가 주민센터 측에 출생신고 방법을 물었다. 주민센터 측은 이를 통해 세 자매가 호적에 올라있지 않다는 사실을 인지했고 A씨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A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정확한 이유에 대해 조사 중이며 현재까지 종교적 이유 등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주민센터 측에 "출산 후 몸이 좋지 않아 출생신고를 바로 하지 못했다"며 "나중에는 출생신고 절차도 복잡해서 하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세 자매는 출생신고가 되어있지 않아 초·중·고 의무 교육은 물론 의료혜택 등을 전혀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 자매는 평소 부모에게 출생신고를 해달라고 요청해 왔으며, 이들 모두 검정고시 응시에 대한 욕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세 자매가 여태껏 출생신고 없이 무호적자로 살아왔다는 사실을 친인척과 이웃도 알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조사에서 세 자매는 어머니 A씨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들에 대한 신체적 학대 등에 대한 정황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이에 따라 경찰은 A씨와 세 자매를 분리하지 않을 계획이다. 동부경찰서와 제주시 등 5개 기관은 이 가정에 긴급 생계비와 장학금을 지급하고, 심리 상담과 학습도 지원할 방침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