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 후보들의 포퓰리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자치단체들도 매표를 위한 퍼주기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신입생에게 20만 원의 입학 준비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기존에 중고교 신입생에게 30만 원을 지원하던 것을 초교까지 확대한 것이다. 등교에 필요한 의류·가방 등을 구입하는 데 쓰라는 취지이지만 구체적인 지원 목적을 알 수 없는 선심 정책이다. 서울시뿐 아니라 광주시·울산시와 경기 용인시 등도 올해부터 초교 입학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자체들이 특히 신경 쓰는 대상은 투표권을 가진 청년층이다. 경남 거제시는 올해부터 입영 통지서를 받은 청년들에게 10만 원의 거제사랑상품권을 주기로 했다. 전남도는 2년 이상 전남에 거주한 21~28세 청년 12만 명에게 20만 원의 문화복지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전남 영광군과 나주시는 대학에 진학한 지역 학생들에게 50만 원씩의 축하금을 지역상품권으로 지급한다. 대학 진학 축하금은 고교 졸업 이후 바로 사회에 진출하는 청년은 받을 수 없어 학력 차별 논란까지 빚고 있다.
지자체 대부분의 재정 형편이 좋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현금 뿌리기 정책은 무책임 행정의 표본이다. 전국 지자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2017년 53.7%를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48.7%를 기록해 사상 처음 50% 밑으로 떨어졌다. 재정의 허리띠를 조일 생각은 하지 않고 국고보조금 등 외부 지원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도 심각하다. 지자체에 따라 어떤 지역은 지원을 많이 하지만 어떤 지역은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어 형평성 문제까지 발생한다. 중앙정부건 지방정부건 가릴 것 없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선거를 앞두고 돈 뿌리기 경쟁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선거의 공정성을 해칠 뿐 아니라 나라의 미래도 망치는 행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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