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월세가격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임대인의 보유세 부담 증가와 대출 규제 등의 여파로 월세 시장이 요동치는 분위기다. 일부 단지에서는 월세 호가가 전세 호가를 수억원 이상 훌쩍 뛰어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금리 인상과 맞물려 ‘보증금 1억 원=월세 30만 원(전월세 전환율 3.6%)’으로 관행화된 서울 아파트의 월세 전환 기준이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오는 3월 입주가 마무리되는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홍제역해링턴플레이스의 전용 59㎡는 입주 가능한 전세 호가가 최저 5억 5,000만 원에서 최고 9억 원에 형성돼 있다. 반면 월세의 최저 호가는 보증금 2억 5,000만 원에 월세 110만 원인 물건으로, 전세 보증금으로 환산하면 6억 1,667만 원이다. 최고호가는 5억원에 150만원으로 이는 전세가 10억원에 해당한다. 월세는 임대인의 사정에 따라 보증금과 월세의 조합이 다양해 호가 구간이 넓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같은 단지 같은 평형대의 입주 가능한 매물의 가격이 더 비싼 것이다. 단지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통상 보증금 1억원을 월세 30만원으로 계산해 물건을 내놓는다"며 "지금은 전세가격보다 월세가 조금 더 가격이 나간다고 보면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단지에서도 월셋집이 더 비싼 현상이 나온다. 서울 중구의 입주 11년차 단지인 청구이편한세상 전용 84㎡는 전세가격이 8억5,000만~10억원에 형성돼 있지만 월세는 현재 가장 저렴한 매물이 보증금 1억원에 월세 250만원이다. 같은 전환율을 적용하면 전세 9억3,333만원에 해당한다. 현시점에서는 월세로 입주하려면 8,000만원 가량이 더 드는 셈이다.
서울 마포구 마포프레스티지자이 전용 84㎡ 역시 전세의 최저 호가가 13억 원인 반면 월세 최저 호가는 보증금 12억 원에 월세 120만 원으로 전세 보증금으로 환산하면 16억 원으로 최저 전세가보다 3억 원 더 높다.
전문가들은 월세 수요가 자의, 타의로 늘어난 영향으로 보고 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대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세 대출이 막히면서 월세보다 전세가 더 싸더라도 임차인들이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여기에 주택담보대출도 어려워지면서 어느 정도 목돈이 있는 임차인들은 갭투자로 집을 마련하고 본인은 월세로 사는 식의 투자 수요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대출규제 등으로 시장환경이 변하면서 월세 수요가 늘고, 늘어난 수요가 가격을 밀어올렸다는 설명이다. 실제 KB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109.4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5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세 대비 월세 가격이 더 높아지는 현상이 서울의 전월세 전환율이 오르는 신호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전월세 전환율은 전세로 월세로 환산하거나 반대로 월세를 전세보증금으로 계산할 때 적용하는 기준이다. 마포구 염리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통상 보증금 1억 원을 30만 원으로 계산하는데 최근 들어서는 보증금 1억 원당 월세 35만 원으로 내놓는 경우도 나온다”고 전했다. 보증금 1억 원당 월세 35만 원은 전월세 전환율 4.2%로 1억 원당 30만 원일 때에 비해 0.6%포인트 높아지는 것이다.
전월세 전환율은 1년치 월세를 전세가격에서 월세 보증금을 뺀 금액으로 나누어 구한다. 이에 월세 가격이 오르거나 월세보증금이 오르면 전월세 전환율이 높아진다. 반대로 전세가격이 더 많이 오르면 전월세 전환율은 떨어지는 구조다. 김균표 KB부동산 수석차장은 “그동안 전세 가격이 월세보다 더 많이 오르면서 서울 지역 전월세 전환율이 가파르게 떨어졌지만 최근 감소세가 둔화되는 과도기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월세 비율이 많이 늘고 있고 이에 따라 월세 보증금 등이 높아지면 전월세 전환율이 상승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KB부동산 기준 전월세 전환율은 2020년 5월(4.01%) 이후 1년 7개월간 하락하다가 지난해 11월 이후 두 달 연속 3.13%를 기록하며 하락세를 멈췄다.
금리 인상도 월세 가격 상승 요인이다. 김진성 KB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임대인들이 전세를 놓을 때는 보증금에 해당하는 이자 수익과 월세 수익과의 갭을 고려하기 때문에 전월세 전환율은 통상 시중금리를 따라가는 경향을 보인다”며 “시장 금리가 오르고 있는 만큼 전월세 전환율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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