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도 인플레이션 같은 경제문제가 정정 불안으로 이어진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지난 2010년 말 중동 튀니지에서 시작된 민주화 운동 ‘재스민 혁명’이 불러온 ‘아랍의 봄’이 대표적이다. 중동 지역에는 리비아를 무려 42년이나 장기 집권한 무아마르 카다피로 상징되는 독재정치가 만연해 있었고, 권력층의 부패 또한 심각했다.
그러나 민주화 운동이 주변 아랍국으로 들불처럼 번질 수 있었던 기폭제는 밀가루 값 폭등이었다. 국제 식량 가격은 ‘아랍의 봄’ 직전인 2007년에서 2008년 사이, 또 2010년에서 2011년 사이 두 차례에 걸쳐 총평균 100% 이상 급등했다.
여기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당시 이상 고온으로 밀 수확이 감소하자 중동으로 가는 수출 물량을 확 줄인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식량난에 허덕이던 중동 지역민들은 ‘더 이상 못 참겠다’며 들고 일어섰고, 이게 도미노 민주화 운동의 원동력이었다.
초강대국 미국 역시 경제발(發) 정치 불안의 예외가 아니다.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진 2011년 미국은 실업률이 최대 9%까지 치솟는 등 암울한 경제 상황이 이어졌다. 그러나 정작 금융위기를 일으킨 월가 금융사들은 나라 재정으로 구제금융을 받은 것은 물론 임원들이 보너스로 수백억 달러를 나눠 가졌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분노한 시위대는 ‘1%를 위해 99%가 희생하는 양극화가 문제다. 월가를 점령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월가로 모여들었다. 이 밖에 2011년 영국과 스페인·이스라엘 등에서도 빈부 격차와 생활고에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이런 현상들이 각국이 2008년 금융위기에 대응해 대거 ‘돈 풀기’에 나선 후 몇 해 뒤인 2011년에 집중된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각지에서 야기하고 있는 정치 불안이 10년 전과 상당 부분 닮아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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