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 없이 장보기 3편이 찾아왔습니다. 1편에선 마르쉐@에서의 즐거운 제로웨이스트 장보기를, 2편에선 대형마트에서 절망의 장보기 이야기를 전해드렸잖아요. 사실 2편으로 마무리 지으려고 했는데 지구용 레터를 쓰는 사이 새로운 일이 벌어졌어요. 바로 대형마트에 제로웨이스트샵이 입점해 친환경 제품들을 판매하는 '제로마켓'이 열린 것. 소식을 접수한 에디터는 에코백과 용기를 들쳐메고 27일 홈플러스 합정점에 문을 연 제로마켓으로 출동했어요. 제로마켓에서 뭘 파는지, 어디에 있는지 샅샅이 알려드릴게요.
대형마트로 들어간 제로웨이스트샵 '제로마켓'
제로웨이스트샵에 날마다 들르고 싶지만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이 많아 늘 아쉬웠는데요. 서울시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어요. 백화점과 대형마트, 체인형 슈퍼마켓, 아파트 단지 내 상가 등 10곳에 '제로마켓'이라는 이름으로 제로웨이스트샵 코너를 만들기로 한 것. 매장 운영은 서울에서 제로웨이스트샵을 운영 중인 어쩌다에코, 허밍버드, 송포어스 등이 각각 운영하고(그래서 매장마다 구성이 약간씩 다르다고) 6개월의 시범 사업 후엔 마트에서 사업권을 이어받아 운영할 계획이라고 해요.
세탁세제, 주방세제 필요한 만큼만 통에 담아가세요
지난달 28일 홈플러스 합정점 제로마켓을 찾아나선 에디터. 마트 매장 안으로 들어가 한참을 헤맸는데 결국 못찾았어요. 알고 보니 마트 계산대 밖에(코코몽 사진기 옆) 작게 매장이 꾸며져 있더라고요.
위 사진은 합정점 제로마켓에서 판매하는 주방세제와 세탁세제에요. 집에서 깨끗하게 씻어 말린 용기를 챙겨가도 되고, 현장에서 용기를 구매해(500ml 1,500원, 2L 3,500원) 세제를 담아갈 수도 있어요. 세제는 천연 세제로 유명한 꽃마리 제품들이었는데요. 주방세제는 인공 색소나 방부제가 들어있지 않아 젖병도 씻을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하대요. 통을 보니 개봉 날짜와 유통 기한이 적혀있어 눈으로 확인하고 살 수 있겠더라고요. 이외에도 샴푸바와 대나무 칫솔, 천연 수세미, 밀랍랩 등 제로웨이스트샵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친환경 제품들이 알차게 진열돼 있었어요. 합정점 매장을 운영 중인 곳은 '어쩌다에코'라는 제로웨이스트샵이었는데요.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해두면 제품 업데이트 소식을 확인할 수 있어요. 참, 제로마켓에서는 지난 지구용레터에서 다뤘던 우유팩과 멸균팩 및 이어폰도 수거하고 있어요. 가까운 곳에 수거함이 없는 용사님들은 제로마켓의 위치를 확인해보세요.
눈 앞에서 품절된 설거지바
이날 쇼핑 리스트 중에는 설거지바도 있었는데요, 눈 앞에서 제가 사려던 제품이 품절돼버렸어요. 지나가던 마트 이용객들도 제로마켓 제품을 구경하며 관심을 보이는 분들이 많았고, 사장님께 질문도 많이 하시더라고요. 천연, 유기농 소재를 활용한 제품이 많다 보니 건강과 위생을 생각하는 고객들의 관심이 높은 듯 했어요. 제로웨이스트 상품들이 생각보다 빨리 확산될 수 있겠다는 느낌이 오더라고요. 다만 쇼핑백이나 선물포장 등을 제공하지 않으니까 조금 불편해 하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요새는 마트 갈 때에도 장바구니 많이 가져가니까, 제로마켓 제품들은 장바구니에 담아서 구매해 오는 걸로 해요!
이번 레터를 쓰면서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일용이의 일기 14화’가 떠올랐어요. 일용이가 샴푸바 하나 사러 산 넘고 물 건너 결국은 택배를 시키는 내용이었는데요. 불과 3개월 만에 대형마트에 제로웨이스트샵이 들어설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접근성이 좋아진 만큼 더 많은 분들이 친환경 쇼핑에 참여하길 바래요. 오는 11일엔 홈플러스 서울남현점, 12일엔 NC백화점 신구로점에 제로마켓이 오픈할 예정이고 이달 중으로 더 많은 마트에 제로마켓이 문을 연대요. 용사님들도 주변에 많이 많이 소문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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