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러시아에 미국산 첨단 전자 기기 및 기술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은 10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고위급 실무 협상을 벌이며 이 같은 카드로 러시아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8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항공이나 기계 분야의 첨단 부품과 관련 기술의 러시아 수출을 통제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러시아가 스마트폰과 TV·태블릿PC 등 미국산 첨단 전자 기기를 자유롭게 수입하지 못하게 하는 조치도 고려 대상이다. 유사시 러시아에서 애플 아이폰의 수입 통로가 막힐 수도 있다는 의미다. 러시아가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관련 기술을 자국 제품에 탑재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도 검토 중인데, 이는 미국이 중국 화웨이에 부과한 제재와 비슷하다.
블룸버그는 “제재 시행이 확정되지는 않았다”면서도 “미국 정부가 러시아와 일련의 대화를 앞두고 강한 압박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하면 국제 금융거래 결제망에서 러시아를 차단하고 외화 교환과 국채 매매를 제한하는 등의 초강력 ‘패키지 제재’를 즉각 시행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국경에 10만 병력을 배치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정부는 병력을 물리는 대신 ‘미국 주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먼저 동진(東進)을 멈추라’며 맞서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우크라이나가 자국을 공격하려고 해 방어를 위해 병력을 배치했다’는 러시아의 주장은 전에도 본 적이 있는 ‘가스라이팅’”이라고 러시아를 비판했다.
양국이 10일에 이어 오는 12일과 13일 잇따라 연쇄 협상을 벌이지만 합의 도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미국은 ‘당근’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 미 고위 당국자는 “러시아 영토에 근접한 전략폭격기와 지상 기반 훈련의 규모와 범위에 대한 제한 가능성을 모색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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