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일대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한 원장이 '더러운 상간녀'라고 적힌 근거 없는 전단지가 유포돼 수개월째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미용실을 운영 중인 원남숙씨는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지난 3개월 정말 끔찍하게 힘들었다"며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털어놨다. 원씨에 따르면 지난해 10월쯤부터 자신의 얼굴 사진, 프로필과 함께 '더러운 상간녀 원남숙', '뷰티 천재 웃기네 유부남만 꼬시는 천재겠지', '평생 너 남편, 쌍둥이 속인 불륜녀'라고 쓰인 전단지가 붙기 시작했다. 이 전단이 붙은 곳은 미용실 주변일 뿐 아니라 그의 쌍둥이 자녀가 다니는 학교 근처였다.
원씨는 "10월 18일 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하고 CCTV 확보하고 마음 다스리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공황장애 약을 먹으며 버티다 아이들이 전단지를 알고 있다는 걸 알고 나서 정신 차리고 2주 만에 다시 제 일상으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그는 “여러 번 전단지가 붙으니까 (동네에) 불륜녀라고 소문이 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울러 "정확히 한 달 후 11월 16일 늦은 밤, 한 병원 근처에 전단지가 붙어있다는 제보를 받고 고2 아들과 떼러 나갔다. 쌍둥이 학교 근처에서 38장의 전단지를 회수했다"고 말했다. 또 미용실 외에도 방송사 분장일을 하는 원씨를 노리고 KBS 본관 앞에도 전단지가 붙어있었다고 설명했다.
원씨는 "경찰과 탐문수사를 하며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고, 아이들에게도 너무 미안했다. 더 이상 붙이지 말았으면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원씨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학교 앞에는 또다시 전단지가 붙어있었다고 한다. 그는 답답한 마음에 흥신소에 전단지를 붙인 사람을 찾아달라 의뢰를 하기도 했으나 이 같은 경우는 힘들 것이라는 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결국 원씨는 MBC '실화탐사대'에 제보를 했다. 해당 방송에서 원씨는 "아무리 생각해도 불륜 상대도 없었다. 가끔 친한 분들이랑은 밥도 먹으니 아내가 오해했을까 봐 주변 지인과 단골에게 전화를 해서 무슨 일 없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그 분들은 아주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고 밝혔다.
원씨는 인근 폐쇄회로(CC)TV를 통해 전단을 붙인 여성의 모습을 포착했다. 해당 여성은 검은색 모자와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렸으며, 특히 지문을 남기지 않기 위해 장갑까지 착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원씨의 가족들은 누군가 해당 미용실 자리에 들어오고 싶은데 권리금 등이 부담돼 일을 꾸민 것으로 보고 있다. 원씨는 "이상한 게 미용실을 내놓지도 않았는데, 계속 부동산에서 '미용실 내놓을 생각 없냐'고 전화가 온다. 전단지 붙이기 전, 붙이고 난 후에 전화가 왔다"고 밝혔다. 원씨 남편은 "우리 미용실 자리에 누군가 꼭 들어오고 싶은 거 같다. 그냥 내보내자니 권리금이나 비용이 커지니까 자의적으로 나가게 비방을 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박지훈 변호사는 "어떤 이유에서든 형법상 모욕죄나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고 말했다.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 조항인 형법 309조에 따르면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신문, 잡지 또는 라디오 기타 출판물에 의해 죄를 범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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