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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아닌 ‘멸공 챌린지’…윤석열 이어 나경원·최재형까지

정치권 불어 닥친 ‘멸공’ 챌린지

멸치·콩 등 사며 反中 정서 자극

전문가 “이대남 정서 겨냥한 것”





정치권에 난데없는 ‘멸공’ 바람이 불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 멸공(滅共·공산주의를 멸하자)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비판을 받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비롯한 야권 정치인들이 멸치·콩 등을 사며 응원에 나선 것이다. 철 지난 색깔론이라는 지적과 함께 2030세대의 반중(反中) 정서를 자극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후보는 8일 신세계 대형마트인 이마트에서 장을 보면서 달걀·파·멸치·콩 등을 샀다. 달걀과 파를 합치면 친문(친문재인) 세력을 연상시키는 ‘달파’, 멸치와 콩을 합치면 ‘멸공’과 발음이 유사해 의도적인 행보였다는 추측이 나왔다. 윤 후보가 멸공 논란에 휩싸인 정 부회장을 우회적으로 지지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실제로 윤석열 공약위키 웹사이트에 공개된 ‘인공지능(AI) 윤석열’이 이마트 장 보기와 관련해 답변한 영상의 파일명은 정 부회장의 인스타그램 아이디와 같은 ‘yj_loves’였다.

대형마트에서 물건 사는 윤석열 대선후보 (서울=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8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사고 있다. 2022.1.8 [국민의힘 선대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srbaek@yna.co.kr(끝)




같은 날 나경원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 이마트에서 장 보는 사진을 여러 장 올렸다. 나 전 의원은 “오늘 저녁 멸치, 약콩, 자유시간 그리고 야식거리 국물 떡볶이까지(샀다)”라며 “공산당이 싫어요가 논란이 되는 나라는 공산주의 국가밖에 없을 텐데. 멸공! 자유!”라고 적었다. 당 이재명비리국민검증특위위원장인 김진태 전 의원은 아예 “문파멸공. 다함께 멸공 캠페인 어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9일 인스타그램에 멸치와 콩을 반찬으로 한 아침식사 사진을 올렸다.

여권에서는 즉각 색깔론이라고 비판했다. 남영희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윤 후보의 ‘공정과 상식’이 망하자 ‘멸공과 자유’로 판갈이 중인 듯하다”며 “70·80년대 흑백TV 윤석열 검찰당 구호로는 안성맞춤”이라고 지적했다. 김태년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정 부회장을 향해 “본인의 그런 한마디가 중국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수많은 우리 기업과 종사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야권의 멸공 챌린지가 지지층 결집을 위한 의도적 행보지만 정치적으로 부적절하다고 분석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오늘날 젊은이들은 반중 정서가 강하기 때문에 공산당을 북한보다는 중국과 결부시키는 경향이 강하다”라면서도 “멸공이라는 단어의 현대사적 함의가 복잡하기 때문에 사회 지도층이 이런 식으로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여성가족부 폐지부터 시작해 ‘이대남’들의 정서를 겨냥한 것”이라며 “정치 지도자는 중국·베트남 등과도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남초 사이트를 운영하는 것처럼 가볍게 메시지를 던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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