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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플레 쓰나미 닥치는데 돈 풀기 매달릴 때인가


세계 각국의 물가가 연초부터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연간 물가 상승률이 9%에 달한 카자흐스탄에서는 정부가 액화석유가스(LPG) 가격 상한제를 폐지하자 이에 반발한 국민들의 시위 사태가 커지고 있다. 터키에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12월 기준 36%를 넘어서면서 민심 이반이 가속화하고 있다. 국내 물가도 초비상이다. 햄버거·커피 등의 가격이 연초부터 줄줄이 오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했다. 10년 만에 물가가 가장 크게 올랐다. 4월부터는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도 인상될 예정이다.

전 세계적으로 물가가 크게 오르는 것은 글로벌 공급망에 문제가 생긴 데다 막대한 유동성이 시장에 공급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재화와 인력의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되면서 원자재 생산이 줄어들었다. 반면 지난해에는 코로나로 억눌렸던 수요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이에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해 상반기 중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종료함과 동시에 양적 긴축에 적극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미국의 첫 금리 인상 시기가 3월로 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3월 대선을 앞둔 한국에서는 정부가 계속 돈 풀기 정책을 펴는 가운데 여야 후보들은 현금 뿌리기 공약 경쟁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전 국회에서 30조 원가량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킬 생각이고 국민의힘도 이를 신속하게 논의할 방침이다. 그러잖아도 과잉 공급된 유동성으로 물가가 들썩이는데 정치권이 기름을 끼얹고 있는 것이다. 만일 물가 관리에 실패한 데다 소득·자산 양극화로 정치사회적 갈등까지 확산되면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이 닥칠 수 있다. 우리가 해외발(發) 인플레이션 쓰나미와 긴축 움직임에 좌초되지 않으려면 정부와 정치권이 포퓰리즘을 접고 정교하고 신속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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