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해 대규모 피란 행렬이 이어진 가운데, 카불 공항에서 철조망 건너편에 있던 미군에게 건네지며 부모와 생이별했던 생후 2개월 아기가 약 5개월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9일(현지시간) 미국 CNN 등에 따르면 이 신생아는 주 아프간 미국 대사관에서 경비로 일하던 알리 아흐마디(36)의 아들 소하일이다. 아흐마디는 당시 아내와 생후 2개월 된 아기를 비롯한 5명의 자녀들과 함께 카불을 탈출하기 위해 공항으로 갔다.
당시 아흐마디는 인파가 몰려 자녀가 압사할 것을 우려해 철조망 너머에서 도움이 필요하냐며 손을 내민 미군에게 아기를 맡겼다. 그는 "바로 5m 앞이라 아기를 곧 되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며 "갑자기 탈레반이 피란민을 밀어내 반대편 공항 입구를 찾아 들어가는 데만 30분 넘게 걸렸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공항에 들어간 아흐마디는 소하일을 받아준 미군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그는 나머지 4명의 자녀와 함께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아흐마디 가족은 미국에 도착한 후에도 소하일의 행방을 백방으로 수소문했다.
이후 아흐마디 가족은 당시 아기가 공항 인근을 지나던 택시 기사 하미드 사피(29)에 발견된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사피는 길에 혼자 남겨져 울고 있는 아기를 발견했고, 공항에 들어가서도 아기 부모를 찾지 못하자 집으로 데려가 키우기로 마음 먹었다. 사피는 지난 11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집에 딸만 3명 있고 아들이 없어 양자로 삼으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후 아프가니스탄에 남아있던 아흐마디의 할아버지는 수소문 끝에 사피를 찾았으나, 그가 아기를 보내지 않자 경찰에 납치 사건으로 신고했다. 이에 사피는 "납치가 아니라 돌보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흐마디 가족은 아기를 돌려달라고 사피를 설득했고 5개월간 아기를 돌봐준 데 대한 감사의 뜻으로 950달러(약 114만원)를 보상하기로 약속했다. 결국 사피는 지는 8일 이 아기를 현지에 있는 조부모에게 돌려줬고, 아기는 미국으로 떠난 가족과 조만간 재회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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