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39층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외벽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장 작업자 6명의 연락이 두절돼 소방 당국이 실종자 수색에 나섰지만 추가 붕괴 우려로 수색을 잠정 중단했다. 타워크레인 추가 붕괴 우려로 인근 100여 가구의 주민들에게는 대피령이 내려졌다.
11일 경찰과 소방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46분께 광주 서구 화정동에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이 시공 중인 화정현대아이파크 공사 현장에서 아파트 외벽이 무너져내렸다. 사고는 39층 옥상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23~34층 양쪽 외벽이 붕괴하면서 발생했다.
현장에서 일했던 작업 인부 6명은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시공사와 함께 현장 작업자 394명의 현황을 파악했다. 현장에서 작업자 3명은 구조됐다. 하지만 6명의 작업자는 휴대폰 위치가 붕괴 현장 인근으로 잡혔으나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이들은 사고가 발생한 건물의 28~31층에서 창호 공사 등의 작업을 하고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당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위해 옥상에 있던 작업자들은 모두 안전하게 대피했다.
소방 당국은 사고 직후 즉각 수색에 나섰지만 타워크레인 붕괴 및 외벽 잔재물 추가 낙하 위험이 있다고 판단해 실종자 수색을 잠정 중단했다. 당국은 “현재 140m 높이의 타워크레인이 붕괴할 위험이 있어 진입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12일 안전진단을 한 후 적절한 조처를 하고 수색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건물 잔해물이 인근 도로 쪽으로 쏟아져내리며 인명·재산 피해도 발생했다. 당시 도로변 컨테이너에 머물던 2명이 떨어진 건물 잔해물에 갇혔으나 소방에 무사히 구조됐다. 1층에서 공사를 하다가 잔해물에 부딪힌 1명은 부상을 입고 구조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떨어진 구조물이 인근에 주차된 차량을 덮쳐 20여 대가 매몰되기도 했다.
국토교통부·고용노동부 등 유관 부처는 즉시 대응에 나섰다. 국토부는 이날 사고 현장에 전문가를 급파해 현장을 수습하고 사고 경위·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도 붕괴 사고 관련 사건을 즉각 수사팀에 배당해 사고 원인과 안전 조치 미준수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고용부는 붕괴 사고 원인 파악을 위해 중앙산업재해수습본부를 구성했으며 해당 공사 현장에 작업 중지 조치를 내렸다.
아직 당국의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일각에서는 인재(人災)의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콘크리트 타설을 위한 거푸집이 무너지고 타워크레인 지지대가 손상되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날 바람이 세게 불면서 타워크레인 지지대와 거푸집 등이 풍압을 견디지 못했거나, 건물 하부에 타설해놓은 콘크리트가 충분히 굳지 않아 무너졌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통상 겨울철에는 기온이 낮아 콘크리트가 잘 마르지 않아 열풍 작업 등을 해야 하는데, 충분히 굳지 않으면 강도가 낮아져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아진다. 만일 공사를 서두르다 하부 콘크리트가 충분히 마르지 않은 상태로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했다는 점이 드러나면 인재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사고 직후 추가 사고 우려가 있고, 전기·수돗물 공급이 끊긴 인근 주상복합 입주민 109여 가구 등 시민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애초 인접한 다른 아파트 400여 가구에도 대피령이 내려졌으나 전기·수돗물 공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점 등을 고려해 취소됐다.
사고가 난 화정현대아이파크는 지하 4층, 지상 39층, 총 7개 동, 847가구 규모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6월 재개발을 위한 철거 작업 중 건물 붕괴 참사가 났던 학동4구역의 시행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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