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신축 공사 현장의 아파트 상층부 일부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추가 붕괴 가능성이 우려돼 실종자 수색이 중단됐다. 인근 주민들엔 대피령도 내려졌다.
11일 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공사 중이던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아파트 구조물이 붕괴한 후 높이 140m인 타워크레인이 추가로 넘어질 우려가 있어 야간 수색을 중단하고 날이 밝으면 실종자 찾기를 재개한다고 설명했다. 사고 현장에 있던 작업자 6명의 소재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당국은 건설 현장 주변에서 휴대전화 위치가 잡힌 6명과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붕괴된 건물 28층부터 31층에서 창호 설치 작업 등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광주 서구는 이날 인근 주상복합 건물 입주민 109세대에 대피령을 발령했다. 이날 오후 3시 46분께 사고 발생 직후, 긴급 안전 진단을 실시한 결과 추가로 건물의 균열이 발견되는 등 추가 붕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됐다.
해당 주상복합 건물 입주민들은 친척·지인 집에 임시로 거처를 마련하거나, 숙박업소 등에 투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주상복합 건물은 이번 사고로 전기가 끊기고, 수돗물 공급도 중단됐다. 일부 주민들은 서구청 등에 대피로 인한 숙박비 보상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의 다른 아파트 370세대에도 최초 대피령이 내려졌으나, 전기와 수돗물 공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등 상황을 고려해 대피령이 취소됐다. 다만 추가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달라고 서구청은 당부했다. 그러나 해당 아파트 단지 일부 주민은 추가 사고 불안감에 자진해서 대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사고는 39층 옥상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다가 발생했다. 당국은 콘크리트 타설을 위한 ‘거푸집(갱폼·Gang Form)’이 무너지면서 외벽이 붕괴한 것으로 추정했다.
붕괴는 23∼34층 양쪽 외벽에서 발생했다. 타워크레인 지지대(월 타이·Wall Tie)가 있는 편과 반대편이 각각 무너져 세부적인 붕괴 원인은 서로 다른 것으로 보인다.
사고 직후 현장을 찾은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39층에는 평소에도 바람이 상당했을 것이고 오늘은 강풍이 불어 타워크레인 지지물과 거푸집 등이 풍압을 견디지 못하고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타설해놓은 콘크리트의 강도가 충분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겨울철에는 기온이 낮아 콘크리트가 잘 마르지 않아 열풍 작업 등을 통해 강하게 굳히는 양생 작업을 하게 되는데 공사 기간 단축 등을 위해 충분히 굳히지 않고 무리하게 다음 작업을 하면 강도가 확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신축 공사 예정 기간은 2019년 6월부터 올해 11월까지 42개월간 예정돼 있었다. 국토부는 이날 사고가 주요 구조부의 붕괴에 해당하는 중대 건설 사고에 해당한다고 보고 전문가로 구성된 '중앙건설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명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할 방침이다.
한편 사고 당시 현장에 있던 3명은 자력 대피했고 컨테이너에 고립됐던 2명은 구조됐으며, 당국은 연락이 두절된 실종자를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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