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엔 단호히 선을 긋는 것과 대조적으로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에게 적극 다가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안 후보는 12일 오전 인천에서 강연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홍 의원과 대선 레이스에서 정치적 공조를 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 당이 다른 그런 상황 아니겠나. 지금 저는 국민의당 선거운동에 충실히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의원과 만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는 "'정치인들이라면 필요하다면 누구나 만날 수 있는 거 아니겠나'라는 원론적인 말씀을 드린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안 후보와 홍 의원 간의 우호적 행보가 이어지며 두 사람의 정치적 공조에 대한 가능성도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앞서 안 후보는 지난 3일 대구 북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2022 대구·경북 신년교례회' 행사에서 홍 의원과 만나 인사하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됐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반갑게 맞으며 두 손을 잡고 대화했고, 홍 의원은 안 후보에게 귓속말을 건네며 친밀감을 드러냈다.
지난 10일에는 안 후보 측근인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신년 인사차 의원회관에 있는 홍 의원을 찾기도 했다. 15분 남짓한 짧은 만남이었음에도 대선정국의 변수로 꼽히는 '안철수-홍준표 관계설정'과 맞물려 이목이 쏠렸다.
정치 흐름을 선제적으로 보여주는 주가의 움직임도 이를 반영해 안 후보 테마주와 홍 의원 테마주가 '한 묶음'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이달 초 윤 후보가 선대위 해산을 발표하고 야권 일각에서 대선 후보 교체론이 불거지자, 안 후보와 홍 의원 테마주가 '동반 상한가'를 기록했다.
안 후보는 대선 레이스에 뛰어든 작년부터 이미 홍 의원에게 꾸준히 '공개 구애'를 펼쳐왔다. 지난달 안 후보가 온라인 플랫폼 '#청년의꿈'의 '청문홍답'(청년의 고민에 홍준표가 답하다) 게시판에 '찰스형'이란 아이디로 글을 올린 게 대표적이다. 당시 안 후보는 "왜 청년들은 홍준표 의원님을 좋아하고 열광할까요?"라는 제목의 질문을 하면서 "한 수 배우고 싶습니다^^ 안철수(찰스형) 올림"이라고 적었고, 홍 의원 역시 답글로 화답해 달아 눈길을 끌었다.
안 후보가 홍 의원에게 적극 다가서는 배경에 대해선 홍 의원의 2030 지지세를 꼽는 해석이 주로 거론된다. 2030 표심이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트로 평가받는 상황에서, 안 후보가 홍 의원과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해 청년층에게 어필하려는 의도가 아니겠냐는 것이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안 후보가 향후 야권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하려는 의도가 아니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대구·경북(TK) 조직표를 가진 홍 의원과 접점을 만들어두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홍 의원 역시 당내 경선에서 경쟁했던 윤 후보에 비해 안 후보에게 더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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