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가 인간 혐오에 빠지면 끝이 없어요. 우리, 서로의 위로가 되어봅시다.” ‘사람’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쏟아야 하는 ‘마케터’. 일을 하다보면 이 세상 사람들이 다 싫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마케터들을 일으켜 세워주는 리더의 말을 생각한다. 그래, 인간 혐오에 빠지지 말자. 마케터들끼리 서로의 위로가 되어주자. (이승희, ‘별게 다 영감’, 2021년 북스톤 펴냄)
작가 이승희는 영감을 기록하는 마케터다. 길가의 간판, 친구가 무심히 건넨 한마디, 동네 카페의 쿠폰, 분식집 그릇, 다른 이들에게는 잠깐의 미소로 스쳐지나는 것들이 그에게 오면 별처럼 반짝이는 영감이 된다. 그는 그 영감들을 흘낏 보아넘기지 않고, 손을 뻗어 냉큼 별을 채집한 뒤 기록으로 남긴다. 그의 우주엔 남에게 갔더라면 찰나에 반짝였다가 사라졌을지 모를 별별 영감들이 은하수처럼 흐르고 있다.
마케터들은 무언가를 팔기 위해 사람의 마음을 사야만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제 마음을 그리 쉽게 내어주지 않는다. 회사 안팎에서 그 복잡하고 어려운 사람의 마음을 사야만 비로소 뭔가를 팔 자격이 주어지는 마케터들은 그러므로 인간의 마음과 욕망에 대한 흥미진진한 탐구자인 동시에, 자칫하면 환멸과 인간 혐오에 시달리기 딱 좋은 직업이다. 일하다가 모진 놈 몇 때문에 이 세상 사람들이 다 싫어지려 할 때마다 이승희 마케터는 그를 구원했던 말을 떠올린다. “우리, 서로의 위로가 되어봅시다.” 만약 리더가 ‘내가 위로해줄게’ 혹은 ‘내가 해결해줄게’라고 했다면 이 말은 결코 별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감히 내가 수렁에 빠진 너를 구해낼 순 없겠지만, 내 상황을 다 이해하지 못할 너 역시 나를 일으킬 순 없지만, 우리는 적어도 서로의 위로가 될 수는 있다. 우리는 상대의 마음을 읽어 무언가를 전하고 파는 사람들이니까. 그 일의 기쁨과 슬픔을 아는 사람들끼리, 우리는 서로 알아보고 위로하고 계속해볼 수 있는 것이다.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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