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과 관련 미국이 대북 제재로 맞받아치면서 한반도 정세가 불안해지고 있다. 정부는 ‘종전선언’을 통해 평화 정착을 이루겠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이 호응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유효하지 않은 카드가 돼 버린 상황이다. 미국은 북한이 탄도미사일 개발을 이어가면 상응하는 조치를 계속 시행해 나가겠다는 입장이어서 북미 간 ‘강대강’ 대결로 이어질 양상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은 12일(현지시간)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에 관여한 북한 국적자 6명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시행한 두 번째 대북 제재이며 북한 탄도미사일을 직접 겨냥한 제재로는 처음이다. 미 재무부는 지난달 북한의 강제 노동과 인권 탄압을 이유로 북한 중앙검찰소와 사회안전상 출신 리영길 국방상을 제재 대상에 올린 바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이번 제재와 관련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대응을 위해 모든 적절한 수단을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우리는 상황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북한의 행동이 제기한 위협에 대응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진전시키기 위해 동맹, 파트너들과 긴밀히 조율하고 있다”며 “우리는 북한과 대화와 외교 추구에 전념하고 있으며, 북한이 협상에 관여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대화와 압박이라는 기존 대북 정책을 바꾼 것은 아니며 도발 위협을 이어갈 경우 이에 상응한 대응을 해나가겠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북미 간 ‘강대강’ 대결 구도로 치닫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평가한다. 북한은 탄도미사일 개발 등과 관련 자위권을 위한 정당한 조치라는 입장을 대내외에 표명하고 있다.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우선 철회하지 않을 경우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미국은 북한이 명백하고 포괄적인 핵 개발 포기를 전제하지 않을 경우, 유엔 안보리 제재 등을 완화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한 만큼 ‘강대강’ 국면으로 맞부딪칠 위험성이 있다는 평가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은 제재에 특화된 경제 체제로 체질을 바꾼 상황인 만큼 미국의 양보를 얻어낼 때까지 계속 버티면서 무력시위를 할 것”이라며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선행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어떠한 제재 해제도 없다는 입장인 만큼 북미 간 대치국면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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