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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지구용] 마트서 ‘일회용품 없는 장보기’ 도전···결과는?

채소서 육류·수산물까지 비닐 등 포장

사과 대신 귤 사고 가져간 용기도 못써

착한 소비 꿈꿨지만 결국 '현타'만 와

포장 기반 유통시스템이 문제 핵심

'편의성' 핑계로 플라스틱 양산 안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식품 코너. 모든 제품이 플라스틱 박스에 담겨 있다. /사진=박윤선 기자


장 보러 갈 때 장바구니를 챙기는 것은 이제 많은 사람의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그 장바구니에 담는 물건들은 여전히 비닐이나 플라스틱으로 싸인 것들이다. 1~2인 가구를 위한 소포장 채소, 요리에 필요한 모든 재료를 담은 밀키트 등 비닐과 플라스틱 포장을 두른 상품들이 쏟아지면서 이제 마트 진열대에서 비닐 포장을 하지 않은 상품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기후위기가 현실화하는 지금 환경을 위해 장바구니를 드는 데서 한 발짝 더 나아갈 수는 없을까. 이 숙제를 풀기 위해 지구용은 대형마트와 친환경 농산물을 직거래하는 작은 장터에서 일회용품 없는 장보기를 시도해봤다. 일회용품 없는 장보기, 과연 가능할까.

본지 유주희 기자가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미리 챙겨간 면 주머니에 귤을 담고 있다. /사진=박윤선 기자


◇원래는 고구마와 사과를 사려고 했다=지난해 12월 23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았다. 일회용품 없는 장보기를 위해 에코백 두 개와 면 주머니 두 개, 커다란 김치통 등 다회용기도 챙겼다. 이날의 구매 목록은 고구마와 사과·바나나·쌈채소 그리고 홍합까지 총 다섯 가지.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 다섯 가지는 모두 사지 못했다. 포장 때문이었다. 모든 고구마가 비닐 붙은 상자에 들어 있었고 사과는 5~6개씩 봉지에 담긴 채로 판매되고 있었다. 심지어 딱 한 개씩 낱개 포장된 사과도 무더기로 쌓여 있었다. 대체품을 찾기로 했다. 고구마 대신 잘 익은 단호박 하나를 비닐 포장 없이 카트에 담았다. 사과 대신 제철 과일인 감귤을, 비닐 포장된 쌈채소 대용으로 싱싱한 시금치 두 단을 면 주머니에 넣었다.

본지 유주희 기자가 한 대형마트에서 비닐 대신 면 주머니에 시금치를 담고 있다. /사진=박윤선 기자


진짜 난관은 수산 코너에서 맞닥뜨렸다. 점원에게 김치통을 내밀며 혹시 이 통에 홍합을 담아줄 수 있는지 물어보니 포장 제품밖에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단념하지 않고 정육 코너로 발걸음을 옮겼다. 쇠고기를 사려 했으나 답은 역시 “안 된다”였다. 일부 수입산 고기 외에는 모두 포장된 채로 유통돼 매장에서 썰어 팔지 않는다고 했다. 그때 한 점원이 돼지고기는 현장에서 포장하니 통에 담아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천신만고 끝에 김치통에 돼지고기를 담아 구매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미션은 성공이라고 하기 어렵다. 분명히 통을 건넸는데도 혹시 샐까 걱정돼서 그랬는지 고기를 비닐 봉지에 담아 통과 함께 돌려줬기 때문이다. 봉지가 필요 없다고 했더니 봉지에서 고기를 꺼내 다시 통에 담아주기는 했다.

본지 유주희 기자가 한 대형마트에서 다회용기에 고기를 구매하고 있다. 가격표는 용기 윗부분에 붙였다. /사진=박윤선 기자


◇마트와 180도…마르쉐에서 장보기=대형마트 장보기와는 완전히 다른 제로웨이스트 장보기를 얼마 전 경험했다. 지난해 12월 12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복합문화공간 KOTE에서 열린 ‘마르쉐@’에서다. 지난 2012년 대학로에서 시작된 마르쉐는 농부와 요리사·수공예가가 직접 생산한 물건을 파는 시장이다. 마르쉐에서는 일회용품 사용이 금지돼 있다. 채소는 신문지에 싸주고 소분한 식품류도 유리병에 담겨 판매된다. 에코백과 면 주머니, 반찬통 외에 깨끗한 쇼핑백과 신문도 준비해 마르쉐를 찾았다. 현장에 마련된 ‘다시 살림 부스’에 기부하면 마르쉐 참여 업체나 방문객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KOTE에서 열린 마르쉐. 포장되지 않은 채소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박윤선 기자


이날 구매 목록 1순위는 원두커피였다. 마음에 드는 부스에 가서 가져간 반찬통을 내밀었다. 사장님은 “용기 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10g의 덤까지 주셨다. 커피와 함께 먹으면 맛있을 것 같은 비건 스콘은 반찬통에, 토마토는 에코백에 담아 왔다. 기분 좋고 성공적인 제로웨이스트 장보기였다.

방문객들에게 쇼핑백과 신문지·아이스팩을 기증받아 재사용하도록 돕는 마르쉐의 ‘다시 살림 부스’. /사진=박윤선 기자


◇플라스틱 포장 기반 유통 시스템, 이젠 바뀌어야=두 번의 제로웨이스트 장보기에서 느낀 점은 답답함이었다. 언제까지 소비자 개인이 플라스틱 소비에 죄책감을 느끼고 전전긍긍해야 하나. 물건을 소량 구매하는 경우에는 그나마 일회용품 없는 장보기를 시도라도 할 수 있지만 여러 식구가 먹을 식품을 한번에 많이 사는 소비자인 경우 수많은 다회용기를 일일이 싸 들고 다닐 수 없는 노릇이다. 플라스틱 포장에 기반한 유통 구조가 바뀌어야 할 차례다. 사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플라스틱 트레이에 포장되지 않은 식품들을 무게를 달아 구매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과일·수산물·육류 할 것 없이 이미 공장에서 포장돼 마트로 유통된다. 이 구조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아무리 소비자들이 용기를 내도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베트남은 바나나 잎과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봉투를 비치하고 프랑스는 당장 올해부터 일부 식품의 플라스틱 포장을 금지하는 등 해외 유통 업체들의 변신도 진행되고 있다.

마르쉐에서 만난 한 판매자는 “실은 음식보다 음식을 담은 유리병이 더 비싸다. 집에서 충분히 다시 쓸 수 있으니 꼭 재사용하라”고 말했다. 플라스틱 포장을 줄이기는 비용도 들고 번거로운 일이다. 하지만 마르쉐에 참여한 개인 판매자와 소비자들은 환경을 위해 이런 수고와 비용을 마다하지 않았다. 더 이상 ‘소비자 편의성’을 핑계로 플라스틱을 양산하는 것을 멈추기 바란다. 소비자는 쓰레기를 구매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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