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재임용 관련 소송비용을 법인 돈이 아니라 교비에서 지출했다며 업무상 횡령죄로 고발된 부구욱 영산대학교 총장과 전직 교무처장 3명의 무죄가 확정됐다.
14일 영산대에 따르면 대법원은 이날 해당 혐의에 대해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
교육부는 ‘부 총장과 교무처장들이 2008년부터 2012년 사이에 교원의 재임용 관련 소송에서 변호사비용 총 2200만원을 교비로 지출했다’며 2019년 8월 이들을 업무상 횡령죄로 고발한 바 있다.
울산지검은 일부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사립학교법이 정한 교비의 용도를 벗어나 교비를 소송비용으로 지출한 자체가 횡령행위에 된다면서 부 총장 등을 업무상 횡령죄로 기소했다. 1심은 피고인들에게 벌금 8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선고했으나 2심 판결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설령 교비 사용의 용도를 벗어났다 하더라도 이를 횡령행위로 보려면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피고인들의 행위를 자신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해 권한 없이 교비를 처분하려는 횡령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또 ‘해당 소송비용을 교비에서 지출했더라도 학교법인에게는 아무런 재산적 피해가 없고 피고인 등이 소송비용 지급채무 면제 등 어떤 경제적 이익을 얻은 것도 아니다’며 ‘학교법인이 참여한 소송의 변호사 비용은 사립학교법상 교비 지출이 허용되는 ‘학교 교육에 직접 필요한 비용’이 아니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대법원은 항소심의 판결이 정당하다며 무죄를 확정했다.
이 사건 변호인인 법무법인 청률의 이동준 대표변호사는 “교원의 재임용 관련 소송비용의 교비 지출을 업무상 횡령행위로 무조건 간주했던 그간의 하급심 판결을 바로잡는 의미 있는 판결”이라며 “지금까지 유사한 사안의 하급심 판결들 중 처음으로 무죄가 선고된 만큼 이번 대법원 판결로 상식에 반하는 처벌 관행이 바로잡힐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부 총장은 “정상적인 사회 상식에 반하는 사법 관행이 바로 잡히게 돼 다행스럽다”며 “대학 총장의 정상적인 업무집행이 파렴치범으로 몰리는 황당한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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