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처인 김건희 씨의 통화 내용 방송이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악재의 가능성에 더 방점을 찍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지만 그렇다고 더불어민주당도 안심만 할 수는 없다. 자칫 역풍이 불 수 있어서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김 씨의 ‘7시간 통화’ 방송에 대해 “특별한 의견이 없다”고 말한 것도 그만큼 신중하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윤 후보는 이날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서울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부인 김 씨의 방송에 대해 “저는 그 내용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제가 언급을 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지난달 김 씨의 허위 경력 의혹과 관련해 “영부인 자리를 없애겠다”고 공약하며 선을 그었다. 녹취록 일부가 공개된 이날 역시 재차 김 씨와 거리를 두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윤 후보의 ‘외면’ 전략에도 보수 진영은 요동치고 있다. 법원이 지난 14일 일부 인용한 가처분 신청 판결문에는 보수층을 자극할 발언들이 담겨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판결문의 일부가 여러 경로로 공개되며 김 씨의 발언이 이미 파동을 일으키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에서는 특히 김 씨의 발언 가운데 무속 신앙과 관련된 발언과 윤 후보의 정치 성향을 거론한 내용 등의 여파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윤 후보는 지난 경선 당시 토론에서 손에 ‘왕(王)’자를 쓰고 나와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그런데 윤 후보의 부인이 종교보다는 민간의 무속에 기대는 모습이 판결문에 적시된 것이다.
윤 후보는 또 지난달 호남을 찾아 “국민의힘에 부득이하게 입당했다”는 취지로 말해 지지층의 반발을 샀다. 김 씨의 녹취에는 특히 ‘반문재인’을 앞세운 윤 후보가 현 정권에 우호적인 입장이었다는 발언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이에 대해 “조국 사건의 진실이 나올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홍 후보의 발언은 윤 후보가 현 정권에서 정치를 하기 위해 충성 경쟁을 했는지 지켜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도 이를 의식해 날 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한 방송에 출연해 “대화를 전제로 한 대화들인데 뒤통수 맞은 모양새가 된다면, 일정 부분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공감하는 부분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선거 개입 의도 역력한 MBC와 제보자X의 ‘권언유착2’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공세에 나섰다. 조승래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법원의 결정으로 방송을 막기 위해 MBC로 달려간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의 행위가 잘못된 것임이 증명됐다”며 “국민의힘은 MBC의 방송 편성권을 침해하려 한 언론 탄압에 대해 분명히 사과하라”고 비판했다. 박연선 민주당 선대위 디지털대전환위원장도 “(국민의힘 방송 금지 가처분 신청이) 오히려 국민의힘이 국민의 궁금증을 더 불러일으켰다”며 “완전히 판을 키웠다”고 평가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항의 방문한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진짜 심각한 문제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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