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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킹메이커' 이선균이 믿은 시나리오의 힘

'킹메이커' 이선균 /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배우 이선균은 영화 '기생충' 이후 망설이지 않고 영화 '킹메이커'를 선택했다. 엄청난 성공을 거둔 작품 이후 차기작이라는 부담은 내려놓고, 시나리오의 힘을 믿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 변성현 감독, 배우 설경구와의 작업은 그가 그토록 바라던 바였다. '킹메이커'를 통해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그다.

'킹메이커'(감독 변성현)는 독재를 타파하고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도전하는 정치인 김운범(설경구)과 그를 대통령에 당선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선거 전략가 서창대(이선균)의 이야기다. 이선균은 선거판의 여우라 불리는 서창대 역을 맡았다. 서창대는 김운범을 위해 네거티브를 사용하고, 뒤에서는 방해 공작까지 펼치는 인물이다. 그는 이북 출신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하고, 스스로 그림자가 된다.

당초 작품은 지난해 12월 개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약 한 달 정도 개봉일을 연기해 새해 극장가를 찾는다. 이선균은 이미 1년 동안 개봉을 기다린 상황에서 한 달을 기다리는 건 힘들지 않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 장르물이 개봉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없었다고.

"홍보를 시작하고 개봉이 한 달 정도 연기됐는데, 그래도 결국 개봉일이 결정됐잖아요.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코로나19 확진자가 줄어서 극장에 거리 두기나 시간제한이 풀렸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다렸어요. 그래도 이제 9시까지 입장이 가능해서 괜찮은 것 같아요. 대선 관련해서는 많은 분들이 우려하더라고요. 우리는 정치색을 띤 작품을 만든 게 아니에요. 치열한 선거판, 사람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죠. 한국 영화에서 6~70년대 정치 이야기를 스타일리시하게 다룬 건 처음이다 보니 아마 득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킹메이커' 스틸 /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이선균은 지난 2019년 개봉한 '기생충'으로 엄청난 성공 거뒀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차기작 선택을 지켜봤고, 그는 '킹메이커'를 다음 작품으로 결정했다. 한국 영화사에 있어서 기념비적으로 남을 작품에 출연했으나 큰 부담감 없이 다음 작품을 택했다고.

"'기생충'에 참여했다는 것 자체가 큰 행운이고 영광이었죠. 그렇다고 '기생충'의 끈을 잡고 있으면 안 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부담스럽지 않았어요. 그런 부담을 느낄 필요도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차이가 없죠. '기생충'을 통해 영화제에 가서 칭찬도 많이 받고, 기운을 얻은 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거예요. 이런 감사한 마음만 갖고 가려고요. 한국 영화가 100년째 되는 해에 '기생충'으로 방점을 찍고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어서 기쁠 뿐이에요."

큰 부담 없이 '킹메이커'를 선택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시나리오의 힘이었다. 선거 이야기를 스타일리시하게 녹인 시나리는 매력적이었다. 무엇보다 배우 설경구, 변성현 감독, 그리고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 제작진과 함께 작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끌렸다.

"한국 영화 중에 누아르 장르는 정말 많아요. 그런데 '불한당'은 독특한 매력이 있었죠. 기존에 보여줬던 색감이나 스타일은 유지하면서도 새로웠어요. 그 안에 있는 인물들의 관계, 미묘한 감정이 섬세하게 그려져서 재밌었어요. '불한당'을 워낙 재밌게 봐서 꼭 한 번 같이 하고 싶었어요. 이미 함께 작업을 한 '불한당' 팀이 다시 뭉쳐서 그런지 팀워크가 정말 잘 맞은 현장이었어요. '불한당'에서도 한재호(설경구)와 조현수(임시완)의 관계가 복잡하고 섬세하잖아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예요. 딱 이거라고 정의 내릴 수 없는 김운범과 서창대의 관계가 작품을 보는 포인트예요."

"변성현 감독님은 본인이 추구하는 게 명확해요. 콘티가 머리에 있어서 현장도 빠르게 돌아가요. 카메라 동선이 굉장히 많아서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았는데, 쓸데없는 걸 찍지 않고 원하는 것만 딱 찍어서 금방 끝나더라고요. '정말 많이 준비했구나' 싶었어요. 촬영은 빠르게 끝났지만, 작품 퀄리티는 잘 나와서 놀랐죠."





탄탄한 시나리오에 변 감독의 세련된 연출까지 더해진 '킹메이커'. 변 감독의 잘 짜인 설계 속에서 이선균은 연기적인 부분만 신경 쓰면 좋은 작품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그는 변 감독과 다양한 대화를 나누면서 캐릭터를 구축했다.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서창대가 굉장히 똑똑하고 전략도 좋고 계략도 뛰어나다고 느꼈어요. 그런데 출생적인 콤플렉스 때문에 트라우마가 있어서 뒤에 있으면서 튀지 않으려고 하는 인물이라고 해석했죠. 또 '서창대가 왜 앞에 나서지 못하고 뒤에 있어야 되냐'에 대한 당위성을 만들기 위해 애썼어요. 그의 콤플렉스를 생각해서 대본보다 이북 사투리를 더 추가했죠. 순간순간 튀어나오는 이북 사투리가 있어야 출생 콤플렉스를 더 잘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이북 사투리로 대사를 해야 되는 건 아니어서 연기적인 부담도 크지 않았어요."

시기별로 작품의 초, 중, 후반을 나눈 후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신에 더욱 집중적으로 신경 쓰면서 연기한 건 이선균의 전략이었다. 신을 만들어 가면서 동시에 서창대의 감정선과 움직임까지 효율적이고 편안하게 보여주겠다는 것.

"초반에서는 김운범과의 첫 만남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집중적으로 연기했어요. 중반에는 목포 사무실로 넘어와 당 동지들을 제 편으로 만드는 장면이 있는데, 짧은 대사로 임팩트 있게 선동시켜야 돼서 부담이 됐죠. 톤 조절로 '밀당'을 하자는 느낌으로 신을 완성했어요.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그림자로 점점 감춰져야 됐는데, 그 안에서 연민을 보여줘야 됐죠. 이 부분은 조명과 어우러져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서창대를 연기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영화의 시작을 열면서 청년스러움을 보여줘야 되는 20대, 분량은 많이 나오지 않지만 엔딩을 책임지는 60대가 특히 부담이었다고 털어놨다. 영화를 보면서도 20대와 60대 연기는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이었다고. 다행히 변 감독이 연출로 잘 만져줘 분장이 많이 티 나지 않았다고 안도하기도 했다.



설경구와의 첫 호흡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현장에서 "뭘 해도 다 받아주는 듬직한 큰 형" 같았다는 이선균. 그는 설경구와 연기하면서 놀란 점도 많고 배울 점도 많았다고 돌아봤다.

"설경구는 놀라워요. 대학로 공연부터 시작해 영화 '박하사탕'으로 충무로에 입성하고, 지금까지 행보가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자기관리를 정말 잘 하잖아요. 매일 촬영 전에 한 시간 넘게 줄넘기를 하면서 컨디션을 유지하는 걸 보고 배울 점이 많다고 느꼈죠. 현장에서는 무뚝뚝한 것 같지만, 모든 후배들과 스태프를 챙겨주는 걸 보고 감동했어요. "

신념을 쫓는 김운범과 결과를 중요시하는 서창대. 이선균은 신념과 결과 모두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과거, 무조건 신념 안에서 움직였던 그는 해가 바뀔수록 결과도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그러면서도 신념을 놓지 않고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내 전혜진과 저는 가훈 아닌 가훈이 있어요. '후지지 말자'예요. 나이 들어도 편협하지 말고, 당당하고 쿨하고 멋졌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살고 싶어요. 연기는 꾸준히 하고 싶어요. 작품과 작품 사이의 휴식이 저한테는 충분하더라고요. 계속 이렇게 작품을 쭉 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해요. 올해에는 코로나19가 종식돼 한국 영화가 부흥됐으면 좋겠어요. 많은 사람들과 같이 어울리고 떠들면서 같은 공간에 있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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