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인천·부산 등 6개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지하철(도시철도) 무임승차 손실을 정부가 지원하는 내용의 도시철도법 개정안 처리가 정부의 반대로 다시 무산됐다. 국토교통부는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연구 용역을 다음 달 시작해 연내에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는 여러 차례 무임승차 제도에 대한 검토 및 개선을 시도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번 연구 용역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오는 3월 대통령 선거 이후 출범할 차기 정부로 해결을 미루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2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이헌승 국토위원장 등이 발의한 개정안 처리를 보류하고 전체 회의에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 회의에서 황성규 국토부 2차관은 “공익서비스비용보상(PSO) 제도 전반을 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찾기 위한 연구 용역 결과를 토대로 정부 방향이 설정될 때까지 심의 유보를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이에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기획재정부 2차관 출신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동의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시종 입법을 반대해온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등 정부의 의중에 여당 의원들이 손을 들어주면서 정부 관료와의 담합으로 기울었다”고 비판했다. 2020년 11월에도 같은 내용의 도시철도법 개정안들이 국토위 법안소위를 거쳐 전체 회의에 상정됐지만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보류됐다.
지하철을 운영하는 지자체들은 정부에 도시철도법 개정을 통한 무임승차 손실 지원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지하철 무임승차 손실은 정부 정책에 협조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원인을 제공한 정부가 보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2016~2020년 5년간 연평균 무임승차 손실이 3,368억 원으로 같은 기간 연평균 당기순손실 6,245억 원의 절반을 넘어섰다.
서울교통공사의 연간 당기순손실은 2020년 1조 1,137억 원에 이어 2021년에도 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공사 전체 수익의 약 70%를 차지하는 운수 수익은 공사가 운영하는 서울 지하철 1~8호선 유료 승차 인원에 좌우된다. 서울열린데이터광장에 공개된 교통카드 이용 지하철 1~8호선 승차 인원은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2020년 12억 7,430만여 명으로 2019년보다 27% 줄었다가 2021년에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인 12억 7,447만여 명으로 집계됐다.
서울 지하철 기본요금은 2015년 6월 1,050원에서 1,250원으로 인상된 후 동결이 이어져 2020년 기준 수송 원가 2,061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4월 보궐선거로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은 공사의 경영 효율화가 우선이라는 방침을 내세우면서 요금 인상을 시장직 연임 기회인 올해 6월 지방선거 후로 미뤘다. 서울시의회의 한 관계자는 “정부는 무임승차 손실 지원을 외면하고 있고 지자체도 선거 때문에 요금 인상을 장기간 미루는데 미루다가 인상해도 손실을 입지 않을 수준에는 못 미치기 때문에 공사의 재정난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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