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여자친구 출신 유주가 솔로 가수로 새롭게 태어났다. 데뷔 후 7년간 갈고닦은 보컬과 퍼포먼스 실력이 솔로 데뷔 앨범에서 가감 없이 발휘됐고, 꾸준히 습작해 온 자작곡들까지 담겼다. 오랫동안 몸담은 둥지를 떠나 첫 날갯짓을 하는 유주에게 관심이 한껏 쏠리고 있다.
18일 오후 유주의 솔로 데뷔 앨범 '레코딩(REC)'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가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됐다.
지난해 5월, 유주가 소속돼 있던 여자친구는 전 소속사와 재계약이 불발되면서 갑작스럽게 해체 소식을 알렸다. 멤버들은 각자 새로운 꿈을 안고 뿔뿔이 흩어졌고, 유주는 가수 강다니엘이 수장으로 있는 커넥트엔터테인먼트에 몸을 담았다. 솔로 가수로서 차근차근 준비를 거쳐온 그는 여자친구 멤버들 중 처음으로 아티스트로서 본격적인 첫 발을 내딛게 됐다. 인생 2막을 열게 된 그는 "굉장히 새로운 것들을 많이 겪었다. 신선하면서 설레는 마음도 있고 긴장되기도 한다"며 "많은 부분에 참여했던 게 어떤 반응으로 이어질지 궁금하다"고 들뜬 소감을 전했다.
솔로 가수로서 유주의 첫 시작을 알리는 앨범 '레코딩'은 녹음과 녹화가 시작될 때 켜지는 빨간 불빛을 보는 순간에만 느낄 수 있는 좋은 긴장감을 녹여낸 앨범이다. 전곡이 유주가 작사·작곡에 참여한 곡으로 가득 찬 것이 눈에 띈다. 그룹 활동을 할 때는 쉽게 볼 수 없던 모습이다. 그는 글로벌 송캠프를 통해 세계적인 뮤지션들과 함께 작업하고, 커넥트엔터테인먼트 식구인 가수 챈슬러와 힘을 합쳐 자신의 색깔을 넣는데 집중했다. 그는 "커넥트엔터테인먼트에 들어와서 팬들에게 첫인사를 드리고 나서 '솔직한 음악으로 다가가겠다'고 했는데 그 말을 꼭 지키고 싶어 많은 노력을 했고 그대로의 감정을 담으려고 시도를 많이 했다"고 강조하기도.
타이틀곡 '놀이(Play)' 역시 유주와 챈슬러가 함께 공동 작업한 곡이다. 미주, 유럽을 아우르는 해외 유명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한 것도 눈에 띈다. 미디엄 템포의 감성 팝 트랙으로, 경쾌한 트랙과 반대되는 애절한 가사의 조합이 마치 의미심장한 놀이 같다. 유주는 "이 곡의 킬링 포인트는 '거침없는 유주'"라며 "놀이라는 단어가 장난스럽고 유쾌한 분위기를 품고 있지만 사람과의 관계에 대입했을 때 가볍고 허무하다는 느낌이어서 반대되는 겉과 속을 잘 대입했다. 척을 하려 하지 않는 것에 신경 썼다"고 설명했다.
뮤직비디오 또한 화려하다. 유주는 앞서 공개된 티저에서 한복 스타일링을 하고 선을 강조한 안무를 선보이며 음악팬들의 관심일 한 몸에 받은 바 있다. 그는 우아하면서도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뮤직비디오에 대해 "핵심 키워드가 믹스 앤 매치"라며 "상반되는 색감과 다양한 콘셉트의 의상을 잘 조합해서 곡의 놀이처럼 잘 만들어봤다"고 말했다.
가야금 사운드 역시 귓가를 사로잡는 부분. 유주는 "물건에 비유하자면 한정판 같은 곡의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며 "팝 사운드의 곡도 정말 좋아하지만 사용이 많이 되지 않은 악기 소리를 고민하다가 가야금 사운드가 떠올라서 미디엄 템포에 잘 접목해 봤다. 뮤직비디오처럼 믹스 앤 매치의 한 요소다"라고 했다.
관련기사
유주는 '여자친구 유주'에서 '솔로 가수 유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음악적으로 성장하는 것에 가장 신경 썼다. 각국의 작곡가들이 모여 영감을 나누는 송 캠프에 처음으로 참여한 것이 첫 단계다. 그는 "그분들 사이에서 아이디어도 내보고 부족한 영어이지만 소통도 해봤다. 내가 아이디어를 냈을 때 그 자리에서 수렴해 주고 정말 즐겁게 음악을 만들더라"라며 배운 점이 많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그는 굳이 정체성을 구분 짓지 않는다고. 그는 "'여자친구 유주'도 '솔로 유주'도 똑같은 나"라며 "확실히 내가 부족했던 부분들을 옆에서 멤버들이 채워졌는데 이제는 혼자 해야 하다 보니 부담감은 있었다. 그동안 음악으로 다뤄보지 않은 감정들을 다뤄보면서 재미있었고, 두려움을 한 꺼풀 벗어내는 과정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한 곡을 하더라도 영혼을 몇 조각 담아서 향기가 나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 음악 안에서는 솔직해져 보자'라고 생각하다 보니 거침없는 매력으로 보여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이번 앨범을 "나를 조금 더 알게 된 앨범"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사람들은 각자 다양한 생각과 성격을 갖고 살아가는데 그중 일부만 꺼내서 살아가지 않나. 나 역시 그런 적이 있지 않았나 싶다"며 "음악 작업을 할 때는 안 꺼내본 것도 꺼내다 보니까 나도 이 앨범 작업을 하면서 내가 이런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 앞으로도 이렇게 꺼내볼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고 포부까지 밝혔다.
유주의 새출발에 여자친구 멤버들도 함께 했다. 해체는 아쉽지만 멤버들의 우정은 계속되고 있다. 유주는 "멤버들이랑 그동안 함께해왔던 시간들은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시간이라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여전히 나에게도 소중한 사람들이고 당연히 한결같이 응원해주고 있다"고 변함 없는 팀워크를 과시했다. 또 "소원 언니가 태어나서 제일 많이 돌려본 티저라고 이야기 해주더라. 멤버들과 모두 연락도 자주 하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유주가 솔로 가수로 2막을 준비하며 커넥트엔터테인먼트와 동행을 하기로 한 이유도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이다. 그는 "음악과 퀄리티 등 여러 분야로 유능한 직원들이 많은 회사다. 곡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나의 의견을 체크하면서 진행을 잘 해주고 있다"고 만족해했다. 또 "강다니엘이 응원의 메시지를 주기도 했다"며 "지난해에 강다니엘이 회사에서 생방송으로 라이브를 하던 도중에 내가 연습실에서 곡을 크게 틀어놓는 바람에 소리가 새어나가 유출이 될 뻔했다. 그때 강다니엘이 신속하게 대처해 줘서 대형사고를 막을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고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
솔로 가수로서 롤모델은 없다. "정말 훌륭한 아티스트들이 많아서 한 분을 꼽기가 어렵다"는 그는 "롤모델을 정하기 보다 앞으로 내가 소장 가치가 있는 앨범을 작업할 줄 아는 가수가 되고 싶은 소망이다. 그 곡들로 우리 팬들과 오래오래 함께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목표를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나를 계속해서 담아내는 앨범을 만들고 싶다. 꾸준히 손으로 쓰고 기록하면서 공유하고 싶은 순간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다"며 "나에 대해 잘 몰랐던 분들도 한번 음악을 듣고 '유주 음악 좋더라'라고 입소문 내주면 정말 감사할 것 같다. 나에게 소중한 앨범인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유주의 '레코딩'은 이날 오후 6시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