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서 매일같이 발생하는 과로사·과로자살 등 이른바 ‘과로죽음’들을 추적하면서 사회적 살인의 장이 된 일터의 현실을 끄집어낸 책이다.
코로나19 시국에 택배기사들이 노동조건 악화로 과로사하는 일이 많아졌고, 간호사들이 집단 괴롭힘인 ‘태움’을 견디지 못해, 서비스 개시를 앞둔 IT 개발자들이 연일 밤샘하는 ‘크런치 모드’에 짓눌려 자살하는 일도 벌어진다.
저자는 과로와 죽음 사이 거리는 매우 가까울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단순한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과로와 성과체제의 결합이라는 구조적 요소가 교차하면서 발생한 사건이라는 것이다.사람들은 사실상 달성하기 어려운 실적 압박이나 성과평가 등 경쟁 장치에 맞추기 위해 더 많이 일하기를 택하지만, 결과는 몸이 버티지 못해 죽음을 맞거나 압박감을 견디지 못해 자살로 내몰리고 만다.
자살이 개인의 자유의지라는 주장, 영업비밀을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는 과로로 인한 죽음을 개인의 문제로 돌리곤 한다. 근면성실을 중시해 온 한국의 노동문화도 여기에 일조한다. 하지만 책은 ‘힘들면 그만두면 되지 않느냐’는 말은 쉽지만 죽는 게 나을 만큼 힘든 상황에서는 퇴직금 삭감, 업계의 낙인, 손해배상 등에 대한 두려움 역시 강력하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지금의 상황이 “일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은데도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는 무감각 상태”라며 이러한 체제를 거리두기의 대상으로 보자고 강조한다. 1만9,000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