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일본의 ‘거품경제’는 화려했다. 도쿄 주식시장의 주가는 매일 최고가 기록을 경신하며 천정부지로 올랐다. 나카소네 야스히로 일본 총리는 민영화 대상이던 공기업을 상장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일본 정부가 1987년 일본전신전화(NTT)를 민영화하자 넘쳐나는 돈을 주체하지 못한 사람들이 공모주 청약에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상장 시초가는 120만 엔. 35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 돈으로 1,200만 원 정도이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의 황제주다. 전체 기업공개(IPO) 금액은 25조 엔으로 2018년 소프트뱅크의 IPO 전까지 일본 최대 규모였다. NTT 주가는 거침없이 질주해 1989년 말에는 400만 엔까지 넘봤다. 1988년 시가총액은 2,768억 달러로 2위인 IBM을 따돌리며 세계 1위 기업이 됐다. 당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023억 달러에 불과했다.
NTT의 전신은 1952년 전신과 전화 보급을 위해 설립된 일본전신전화공사다. NTT는 우리나라의 KT와 유사하다. NTT는 민영화 이후 정부의 통신 산업 재편 정책에 따라 1999년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산하에는 인터넷 사업을 주로 하는 NTT동일본과 NTT서일본, 이동통신을 담당하는 NTT도코모, 국제통신 사업을 하는 NTT커뮤니케이션스 등이 있다. NTT는 상장 이후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궤를 같이하며 사세가 위축됐다. 특히 5세대(G) 통신과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에 대한 투자에서 밀렸다. NTT는 2020년 주력인 NTT도코모의 주식을 공개 매수해 완전 자회사로 만들고 상장을 폐지했다. 투자 결정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
NTT가 30대의 우수한 젊은 인재들을 뽑아 경영 간부로 초고속 승진시키고 실력주의 인사 평가 비중도 높이기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연공서열 시스템으로는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초격차 기술로 시장을 선도하려면 탁월한 인재들을 육성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려면 실적·능력 위주로 보상 체계를 혁신하고 고용 유연성을 확보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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