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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수칼럼] 일본경제 추락, 강건너 불 아니다

백상경제연구원장·서울경제 논설고문

고령화 심화속 성장률 급락하는데

규제완화 통한 성장동력 외면하고

퍼주기 복지로 재정만 고갈시키면

2류국가로 전락하는 건 시간문제





“일본이 선진국 지위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일본의 경제학자 노구치 유키오 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가 최근 한 말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 평균을 밑돌고 있어서 이대로 간다면 2030년에는 일본이 선진국 대열에서 탈락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한때 미국을 위협할 정도의 경제 대국이었던 일본이 왜 이렇게 추락한 것일까. 노구치 교수는 가장 큰 원인으로 경제성장률 둔화를 꼽았다. 실제로 1990년대 초 버블 붕괴 이후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1980년대 후반 연평균 성장률이 4.9%에 달했던 일본은 버블 붕괴와 함께 곤두박질을 쳤다. 1990년대 초에는 성장률이 1%대 중반으로 하락한 데 이어 2006~2010년에는 제로(0)에 가깝게 떨어졌다. 2016~2020년에는 평균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잃어버린 30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추락의 원인에 대해서는 플라자합의, 고령화, 디지털화의 실패, 교육 문제 등 여러 가지가 지적되고 있다. 이들이 일본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한 것은 사실이다. 여기서 또 하나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재정 정책이다. 일본은 버블 붕괴 이후 가라앉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재정 확장과 통화 완화 정책을 통해 민간에 돈을 쏟아붓는 데 매달렸다. 문제는 이것이 재정만 악화시켰을 뿐 경제를 살리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그럼 어떻게 했어야 할까. 노구치 교수는 규제 완화를 통한 민간 활력 제고 없이는 백약이 무효라고 단언한다. 이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구치 교수의 지적대로 일본은 급속한 디지털화가 진행되는 최근의 산업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세계 50위 기업 명단에는 일본 기업이 30개 이상 들어 있었지만 지금은 상위 20개 기업에 일본 기업은 단 하나도 없다. 상위권 대부분을 애플과 구글·아마존 등 미국의 테크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왜 일본 경제를 주시해야 하는 것일까. 그건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급속한 고령화와 주력 산업의 경쟁력 약화, 잠재성장률 추락 등 경제의 상당 부분에 있어서 ‘일본화’가 진행되고 있다. 걱정스러운 점은 우리 정부의 대책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따라간다는 점이다.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이 경제주체들은 성장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으면 정부가 아무리 돈을 뿌려도 소비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재정 퍼붓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 일자리도 재정을 동원해 억지로 만들어 내는 단기 아르바이트 자리가 대부분이다. 규제 개혁을 통한 민간 활력 제고에는 관심이 없다. 이러니 성장률이 곤두박질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대로 가면 10년 뒤 잠재성장률이 0%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OECD가 경고할 정도다.

답답한 것은 앞으로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20대 대통령 선거가 40여 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유력 대선 후보들은 표 얻기에만 급급해 유권자 앞에서는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지만 뒤로 돌아서서는 기업을 옥죄는 법안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얼마 전 여야 동의하에 국회를 통과한 노동이사제가 그렇고 재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 대표소송을 밀어붙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사업장에서 중대 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와 경영자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중대재해처벌법을 강행하는 것도 부작용이 우려된다. 한편에서는 경제를 살리겠다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온갖 규제로 기업을 옥죄는 모순의 연속이다. 이것이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브레이크와 액셀러레이터를 동시에 밟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지금 우리 경제는 대전환기에 서 있다. 급속한 고령화 시대를 맞아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고 거센 4차 산업혁명 물결 속에서 돌파구도 마련해야 한다. 이럴 때 포퓰리즘 정책에 몰두하느라 재정을 낭비하고 규제 개혁에는 무관심하면 우리 경제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일본 경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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