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 당시 목이 꺾여 고꾸라진 말이 결국 숨을 거둔 사실이 알려진 후, 제작진이 사과한 가운데. 최근까지 방영된 사극에서도 의혹이 제기되며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KBS는 지난 20일 "‘태종 이방원’ 촬영 중 벌어진 사고에 대해 책임을 깊이 통감하고 사과드린다. 사고는 지난해 11월 2일, ‘태종 이방원’ 7회에서 방영된 이성계(김영철 분)의 낙마 장면을 촬영하던 중 발생했다"고 공식입장을 냈다.
KBS는 "낙마 장면 촬영은 매우 어려운 촬영"이라며 "이 때문에 제작진은 며칠 전부터 혹시 발생할지 모를 사고에 대비해 준비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 촬영 당시 배우가 말에서 멀리 떨어지고 말의 상체가 땅에 크게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 직후 말이 스스로 일어났고 외견상 부상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 뒤 말을 돌려보냈다. 하지만 최근 말의 상태를 걱정하는 시청자들의 우려가 커져 말의 건강 상태를 다시 확인했는데, 안타깝게도 촬영 후 1주일쯤 뒤에 말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태종 이방원' 촬영장의 동물 학대 논란은 이날 동물자유연대가 언론에 자료를 배포하면서부터 공식화됐다. 동물자유연대가 문제를 제기한 장면은 '태종 이방원' 7회에서 이성계(김영철 분)가 말을 타고 가다가 낙마하는 장면이다. 동물자유연대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뒷다리에 줄이 묶인 채로 달리던 말이 일정 지점에 다다르자, 말이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관성에 의해 앞으로 넘어진다. 말에 타고 있던 배우도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시청자들은 CG인 줄 알았던 장면이 말을 일부러 넘어뜨리고, 심지어 이 일로 목숨까지 잃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공분했다. KBS 시청자권익센터에는 낙마 촬영을 진행한 '태종 이방원'을 폐지하라는 청원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KBS 청원 글은 한 달 동안 1000명 이상 동의하면 해당 부서 책임자가 답변해야 한다. 또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드라마 연재를 중지하고 처벌해 주세요”라는 청원 글이 올라와 3만9,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의했다.
한편 '태종 이방원'을 연출한 김모 PD는 2014년 '정도전' CP였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전에 방송에서 등장했던 비슷한 구도의 장면들까지 의심을 받고 있다. 일부 시청자들은 '정도전' 낙마씬 역시 말이 동일한 상태로 넘어지는 것을 포착했다. 최근 종영한 KBS2 '연모' 낙마씬도 같은 모습이었다는 사실을 영상으로 확인했다. 이에 일부 시청자들은 "단순 사고가 아니라 관행이 아니었냐"며 공영 방송인 KBS에서 동물을 '소품' 취급하는 행동을 한 것에 비난했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도박, 광고, 오락, 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는 동물 학대로 규정하고 있다. 만약 추가로 의혹이 제기된 장면들도 '태종 이방원'에서 문제가 된 장면과 동일한 방식으로 촬영됐다면 비난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