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한효주는 현실이 주는 안주하지 않고 도전을 찾아 여행하는 삶을 꿈꾼다. 생전 처음 경험하는 검술 액션과 장시간의 수중 촬영이 이어졌던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 출연도 그에게 도전이었다. 낯섦이 주는 어색함을 즐기기로 마음먹은 그는 기꺼이 파도에 몸을 맡겼다.
'해적: 도깨비 깃발'(감독 김정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왕실 보물의 주인이 되기 위해 바다로 모인 해적들의 스펙터클한 모험을 그린다. 한효주는 극중 바다를 평정한 해적단의 단주 해랑 역을 맡았다. 해랑은 바다에 떠돌던 의적단 무치(강하늘) 일행을 구해준 후 함께 왜구를 소탕하면서 일상을 보낸다. 그러던 중 고려 왕실의 보물이 숨겨진 위치가 표시된 지도를 발견하고 무치 일행과 함께 보물을 찾아 나선다. 한효주는 이러한 시나리오에 끌려 작품을 선택했다. 탄탄한 구조는 물론, 코로나19 시국에 가족이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가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일단 이야기 자체가 홍보하기 정말 좋지 않나요? 보물을 찾아가는 모험이잖아요. 함께하게 될 배우들도 저랑은 한 번씩 인연이 있었어요. 그래서 현장에서 더 편하고 즐겁게 연기하겠다 싶었죠. 다수의 관객들이 저라는 개인을 어떻게 봐 주실까 고민했는데, 30대 들어서면서 액션이 많은 작품을 선택하고 있어요. 이런 변화가 기분 좋아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도 그럴 기회가 없으면 보여드리지 못하잖아요.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해요."
작품은 지난 2014년 개봉해 약 866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후속편이다. 한효주는 배우 손예진의 뒤를 이어 해적단의 단주 역을 맡게 됐다. 전작이 큰 사랑을 받은 만큼, 흥행에 대한 부담을 느낄 수 있으나 한효주는 전혀 다른 이야기와 새로운 캐릭터의 힘을 믿고 작품에 임했다.
"손예진 선배님은 평소 존경하는 분이고, 항상 응원하고 있어요. 제가 그분의 뒤를 이어 해적의 여단주가 될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전작과 이야기 자체가 이어지는 게 아니에요. 해적이라는 카테고리는 공통점으로 갖고 있지만, 출연진도 전혀 다르고 새로운 이야기죠. 또 하나의 작품을 한다는 느낌으로 촬영했어요. 캐릭터 하나하나가 잘 산 것 같아요. 도드라지게 주연 배우들만 보이는 게 아니라 모든 캐릭터가 매력 있죠. 때문에 전작과 비교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한효주는 새로운 작품, 새로운 인물을 만든다는 마음으로 해랑의 캐릭터를 잡아갔다. 특히 해적 단주로서의 카리스마를 표현하고 강단 있는 모습을 강조하기 위해 강렬한 비주얼을 완성했고, 무리를 이끄는 리더십을 보여주기 위해 발성 공부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초반에는 '시대적인 걸 가져갈 것이냐'에 대해 많은 논의를 했어요. 그러다가 '판타지 장르니 시대에 얽매이지 말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어요. 더 열어 두고 이것저것 시도해 볼 수 있게 된 거죠. 선택의 폭이 너무 넓으니까 더 어렵더라고요. '이렇게 하면 너무 과할까, 약할까' 고민하면서 정도를 선택하는 과정이 있었어요. 고민과 고심 끝에 지금의 비주얼이 탄생했어요. 저도 저지만, 다른 배우들의 헤어, 메이크업도 신선하더라고요. 다양성이 보여서 좋았습니다."
"발성은 제가 여태껏 한 번도 들려드리지 못한 톤이에요. 원래 제 목소리는 작은 편이었고, 지금까지 했던 작품 중에 이렇게까지 큰 소리를 내면서 했던 캐릭터가 없었어요. 그래서 목소리 훈련도 받고 출근길에는 항상 발성 연습을 했죠. 발성 연습이 캐릭터에도 도움이 됐지만, 자신감도 쌓인 것 같아요. 실제 목소리가 더 커지기도 했고요."
해랑은 단주의 카리스마뿐 아니라 무치와의 로맨스, 액션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다. 카리스마를 뽐내다가도 소녀처럼 변했다가, 해적단을 대할 때는 능청스럽기까지 했다. 이처럼 캐릭터를 더 다채롭게 표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말투나 목소리를 다르게 내는 디테일을 잡았고, 작은 디테일이 모여 복합적인 캐릭터가 완성됐다. 해랑의 중심에는 해적 단원들을 향한 애정이 있었다. 가족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인 만큼, 가족애를 더욱 강조했다.
"해랑이 단원을 생각하는 게 대본에 도드라지게 쓰여 있었어요. 전 그걸 잘 표현하기만 하면 됐죠. 해랑은 무뚝뚝하면서도 단원 한 명 한 명을 다 잃지 않으려고 하는데, 제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에요. 저는 원래 개인적인 사람이고 무리를 주도적으로 이끄는 편이 아닌데, 해랑을 만나면서 그런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배우들을 제가 끌어주고 싶고, 밥이라도 한 끼 더 먹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스스로도 신기했어요. 정이 많이 들어서 그런지 마지막 촬영 때는 눈물이 났어요. 뭉글한 마음이 들어서 눈물을 참았는데, 배우들이 큰 케이크를 준비했더라고요. 거기서 참지 못하고 터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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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효주가 해랑의 전사를 상상한 출발점도 해적단과의 가족애였다. '용왕의 딸'이라고 소개되는 해랑이 바다에서 나고 자랐을 거라고 생각했고, 배에서 같이 나고 자란 사람들을 모두 가족이라고 여겼을 거라고. 한궁(오세훈)과의 애틋한 케미도 가족이라는 상상을 먼저 했기에 가능했다.
단주만이 설 수 있는 자리에서 대규모로 건설된 거대한 배를 바라보면서 주연의 책임감도 절실하게 느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앞에서 끌고 가야 되는 책임감을 처음을 느꼈고, 이는 부담감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물론 매 작품 할 때마다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하지만 이번 작품은 단주 역할 때문인지 유난히 더 책임감이 느껴지더라고요. 내가 이 작품에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고 잘 이끌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죠. 선배님들 생각도 많이 했어요. '선배님들은 이런 걸 느끼면서 촬영했겠구나'라고 공감한 거예요."
'해적: 도깨비 깃발'의 묘미는 선상에서 벌어지는 검술 액션과 바닷속에서 펼쳐지는 환상적이 수중 액션이다. 한효주는 대부분의 액션을 직접 소화하기 위해 액션 스쿨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액션 자체의 욕심도 있었지만, 해적 단주라는 캐릭터에 맞는 힘 있는 액션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검을 쓰는 건 처음이라 낯설었는데, 어색해 보일까 봐 걱정이 돼서 더 열심히 한 것 같아요. 액션은 한 컷 한 컷, 짧은 컷들을 엮어서 찍기 때문에 시간도 더 많이 걸려요. 찍은 걸 보면 정말 훅 지나가는데도 결과물을 보면 보람은 커요. 수중 촬영은 정말 힘들었어요. 이틀을 연달아서 수중 촬영했는데, 몸져누웠죠. 체력 소모가 굉장히 심하더라고요. 저 말고도 물에 같이 들어가는 스태프들도 정말 고생을 많이 했어요."
한효주는 최근 해외 진출에 도전했고, 드라마 '해피니스',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까지 다양한 장르물에서 활약 중이다. 다방면에서 자신만의 커리어를 개척하고 있는 그는 도전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주어진 것에 감사하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운이 좋게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선택한 것에 대해 최선을 다한 것밖에 없는데 좋은 커리어들이 쌓인 것 같아서 감사해요. 요즘같이 변화가 빠른 시대에 '내가 어떻게 하면 변화를 따라갈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따라가는 게 아니라 내가 직접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더 다양하게 도전하고 싶어요."
도전이 늘 성공을 동반하는 건 아니다. 흥행과 비평에서 성패가 갈리기도 한다. 한효주는 성패가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그저 쉼 없이 일하면서 열심히 살고, 이것들이 동력으로 작용해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선배들의 앞걸음이 제가 따라갈 수 있는 뒷걸음이 됐어요. 요즘 OTT가 다양해지면서 작품도 많아지고 글로벌 해지잖아요. 시도들이 성패에 상관없이 더 많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해외 작품을 한 건 저에게 큰 영감이었어요.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일하면서 배우라는 직업이 즐겁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죠. 결국 일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일로서 좋은 에너지를 받고 제가 더 강해지는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도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더 강인해졌다는 느낌을 받았으니까요."
"여행하듯이 삶을 살고 싶어요. 여행을 가면 항상 여행에 대한 설렘과 낯선 곳이 주는 새로움이 있잖아요. 제가 도전을 좋아하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익숙한 것에서 오는 여유와 즐거움도 있지만, 설렘을 잃지 않기 위해 도전하면서 여행자처럼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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