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한 이정미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현행 종합부동산세법은 잘못됐다”며 위헌 소송에 나섰다. 소송 대리인단에는 2008년 노무현 정부의 종부세에 대해 위헌 및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민형기 전 재판관도 포함됐다. 이들이 문재인 정부의 핵심 부동산 정책인 종부세를 상대로 소송에 나선 이유는 명확하다. 현재의 징벌적 세제가 국민에게 감내할 수 없는 고통을 주는 등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으며 조세 평등 원칙과 조세법률주의에도 위배된다는 것이다.
또 종부세는 투기 억제라는 본래 취지를 상실한 채 나라 곳간을 채우는 도구로 전락했다. 종부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 폭탄이 매년 투하되면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자산세 비율(3.98%)은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11위에서 4년 만에 캐나다에 이어 2위까지 올랐다. 이 기간 자산세는 51%나 급증했는데 부동산 보유세(재산세·종부세), 상속세·증여세, 자산거래세(취득세·증권거래세) 등 대부분이 크게 늘었다. 특히 보유세 증가율(50.5%)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가렴주구식 세금도 모자라 반(反)시장적인 임대차법까지 강행하는 바람에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서울에서 신규로 임대차계약을 맺은 세입자의 48.5%가 월세로 전락했다. 상속세 대책에서도 기업들이 고율의 세금을 견디지 못하고 한국을 줄줄이 떠나는데 정부는 ‘부자 감세’라는 해묵은 이념 논리에 갇혀 연부연납 기간을 늘리는 등 땜질하는 데 그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조세정책은 “종부세는 전체 인구의 2%만 내는 세금”이라는 여권의 왜곡된 주장에서 보듯 계층 갈라치기 수단으로 변질됐다. 조세정책의 핵심은 납세자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과세의 합리성과 투명성을 갖추는 것이다. 근로자의 37.2%인 725만 명(2020년 기준)이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등 균형이 깨진 세제는 어떤 형태든 부작용을 불러오게 돼 있다. 여야 대선 후보들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유권자를 현혹시키는 퍼주기 공약이 아니라 ‘넓은 세원에 낮은 세율’이라는 조세의 대원칙에 맞도록 세제 전반을 대수술하겠다는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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