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의 낙마 장면을 위해 강제로 넘어뜨린 말이 죽은 사실이 알려지자 동물학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와 동물자유연대 등은 지난 19일 '태종 이방원' 촬영장에서 말이 강제로 바닥에 고꾸라지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촬영 당시 영상에 따르면 말이 달리기 시작하자 뒤에서 십여 명의 성인들이 말의 다리를 묶은 줄을 잡아당긴다. 해당 말은 격하게 고꾸라지면서 넘어진 후 한동안 움직임이 없었고, 현장 스태프들은 쓰러진 배우에게로 일제히 모여든다.
비판이 거세지자 KBS는 입장문을 통해 "사고 직후 말이 스스로 일어나 외견상 부상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 후 돌려보냈고, 최근 말의 상태를 걱정하는 시청자들의 우려가 커져 건강 상태를 다시 확인한 결과 촬영 후 1주일쯤 뒤 사망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사과했으나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카라에 따르면 경주마에서 은퇴한 말, 경기 성적이 좋지 않은 말들이 대마업체를 통해 이런 촬영에 관행처럼 동원돼 왔다. ‘태종 이방원’ 촬영 현장에서 사망한 말은 경주마 출신으로 이름은 ‘까미’였다.
동물자유연대는 “컴퓨터 그래픽이나 더미를 이용해 실제 동물을 대체할 수 있지만 많은 방송에서 여전히 실제 동물로 촬영을 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동물이 부상을 입고 사망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해외에서는 촬영 현장에서의 동물 부상·사망뿐만 아니라 스트레스까지 막기 위한 조치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39년 영화 ‘제시 제임스’ 등의 촬영 현장에서 말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동물보호단체인 ‘미국인도주의협회’가 미국배우조합과 계약을 맺고 촬영 현장에서 동물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동물이 다치거나 사망하는 장면은 모형(더미)나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하며, 촬영 중 동물의 충분한 휴식까지 꼼꼼하게 관리한다.
이들 단체는 20일 해당 프로그램 책임자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어 21일에는 100여 개 동물단체가 서울 영등포구 KBS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물 학대를 규탄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오른 관련 청원은 22일 오전 현재 5만8,0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에는 해당 방송을 중단하고 책임자를 처벌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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