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변호사 10명 가운데 7명은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수사·조사 환경이 오히려 뒷걸음질했다고 평가했다. 경찰이 수사한 후 송치한 검찰 수사의 질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라는 평가가 절반에 육박했다. 지난해 1월 검경 수사권 조정이 전면 시행되고 1년이 지났지만 오히려 검경 수사의 질을 떨어뜨리고 브로커까지 등장하는 등 검경 수사 생태계가 총체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게 변호사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23일 서울경제가 서울지방변호사회와 공동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변호사 1,459명 가운데 72.31%(1,055명)가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수사·조사 환경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혹평의 주된 이유는 수사 지연이나 수사 전문성 결여, 법률 지식 부족 등이 꼽혔다. 응답자 중 294명(20.15%)은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고 답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수사·조사 환경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답변은 7.54%(110명)에 불과했다.
경찰이 사건을 송치한 후 검찰 수사의 질에 대해서도 41.33%(603명)가 부정적이라고 응답했다. 절반가량(785명·53.80%)은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고 답했다. 수사의 질이 향상됐다고 답변한 변호사는 4.87%(71명)로, 검찰의 수사·조사 환경 역시 뒷걸음질한 것으로 봤다. 검경 수사 공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862명·59.09%),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545명·37.35%)고 평가했다. 검경이 수사 과정에서 공조하고 있다는 응답은 3.56%(52명)에 그쳤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에도 수사 브로커는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었다. 변호사 10명 가운데 1명(153명·10.48%)은 경찰 수사 단계에서 이른바 ‘브로커’ 제의를 직접 받았다. 수사 종결권이 경찰에 맡겨지면서 전직 경찰 출신 등의 브로커까지 등장했다.
정웅석 형사소송법학회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은 인권을 보장하고 사건이 제대로 처리돼 국민이 피해 보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추진됐다”며 “하지만 사건 종결까지 시간이 장기화되고 수사의 질을 떨어뜨리는 등 사건 관계자들의 불만만 키운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검경 수사권이 연착륙하려면 검찰의 보완 수사 요구를 경찰이 따를 수 있도록 검사에게 징계권을 부여하는 등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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