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년 새해는 선거의 해다. 한국의 경우 오는 3월 초에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6월 초의 지방선거가 진행될 예정이다. 일본에서는 7월 중에 참의원을 뽑는 통상선거가, 유럽에서는 1월에 이탈리아 대선과 포르투갈의 총선, 4월에 프랑스 대선이, 미국에서는 하원 의원을 선출하는 중간선거가 11월에 실시된다. 그리고 5월의 호주 총선, 10월의 브라질 대선 등도 예정돼 있다. 민주주의국가에서의 선거는 해당 정권 및 그것을 생산한 정당에 있어 중간 평가적 성격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올해 실시될 선거의 특징은 그동안 제기된 문제들, 예를 들어 기후변화와 기술 발전 그리고 미중 갈등 등에 더해 코로나19 사태가 초래하는 복합적인 상황을 어떻게 하면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공통의 과제로 수렴된다. 이들 과제가 전례가 없는 것이기에 어느 게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유의할 점은 이번의 선택이 미래의 방향 및 기틀을 잡는 데 중요한 기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현재 우리가 당면한 상황은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므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답은 없지만 선택에 따라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좋은 결과를 낳는 바른 선택을 알아보기 위해 우선 정책의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공 정책 분야에서의 논의, 특히 마치와 올슨, 그리고 킹던의 논의에 따르면 정책의 변화는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공유되고 그 문제에 대한 해법의 적실성 및 합리성이 인정돼 이들 두 가지를 연결해서 해결하려는 리더의 리더십이 발휘될 때 일어난다. 달리 말하면 이러한 조건들이 서로 연결되지 않을 때 변화는 발생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며 문제의 인식이나 해결책의 제안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엉뚱하게 연결될 경우 변화의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음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수많은 과제 중 무엇을 중시할 것인지, 어떤 해결책으로 대응할 것인지의 문제가 현재와 같이 포퓰리즘이 횡행하는 상황에서는 사리사욕이나 어리석음을 공공 이익으로 가장하고 왜곡해 결국에는 이전보다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3월의 대선 이슈를 보면 다소 의아함과 우려가 앞선다. 너무 지엽적이고 감각적인 것에 치중하는 게 아닌가 하는 점이다. 현재 한국이 당면한 중대 문제와 과제는 무엇보다도 다른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사태와 미중 갈등 그리고 새로운 기술 발전 속에서 한국의 지속적 성장을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가 하는 점이다. 하지만 논의의 초점이 이처럼 긴 안목에서가 아닌 당면한 문제들에만 맞춰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급변하는 국제 환경 및 시대 상황 속에서 무엇을 목표로, 위기관리를 포함해 어떤 체제로 대응할 것인지, 그리고 다루는 큰 틀에서의 논의 진행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고, 그러한 가운데 상기한 구체적인 문제들의 해결 방향도 제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선에서의 논의가 이렇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공익 기관 및 담당자로서의 언론이나 전문가들이 수행해야 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각 정당의 후보자들도 나름대로 파악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겠지만 정당이란 원래 지엽적이다. 지지자들을 우선한다는 점에서 지엽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후보자군의 얘기에 끌려다닐 것이 아니라 그들의 문제 제기와 해결책 제안이 국가 전체적인 차원에서, 그리고 현재의 국제 정세 속에서 타당한 것인지 장단점을 가려서 제시하는 것은 언론이나 전문가들의 몫이다. 정치를 실행하는 정치가나 그들을 판단하는 유권자 시민들은 물론 판단할 재료를 제대로 제공하는 매개체로서의 언론 및 전문가들이 함께 어우러질 때 정치도 종합예술화할 수 있다. 미래 개척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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