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름 대행은 코로나19나 1인 가구 시대에 맞아떨어지는 키워드죠. 누구나 손쉽게 심부름을 요청하거나 여유 시간에 대신 심부름해주고 돈을 벌 수 있는 서비스 시장이 빠르게 커질 것입니다.”
대행 플랫폼 스타트업 하이퍼로컬의 조현영(41) 대표는 23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동네나 인근 지역에서 심부름 수요자와 이를 해결해주는 사람(헬퍼)을 연결하는 서비스를 배달의민족 같은 ‘국민 애플리케이션’으로 키우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이퍼로컬이 내놓은 앱 ‘해주세요’는 개인 간 거래(C2C) 방식의 생활 편의 서비스다. 심부름 내용과 희망 비용을 앱에 올리면 가까운 곳에 있는 헬퍼가 가격·거리 등을 따져보고 용무를 대신 해결한 후 수고비를 받는 구조다. 심부름은 배달·장보기부터 설치·조립·운반, 동행·돌봄, 줄서기, 벌레 잡기까지 사실상 제한이 없다. 조 대표는 “맛집 음식 배달이 많고 반려동물 구출, 연락 불통인 가족의 집 초인종 누르기 등을 요청하기도 한다”며 “젊은 세대와 1인 가구를 중심으로 하루 1,000여 건의 신청이 올라온다”고 소개했다.
앱에 등록된 헬퍼는 전국에 약 5만명 정도. 요즘 하루 지원자가 400~500명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지원자가 늘어나는 것은 일반 배달 앱의 전문 라이더가 아니어도 일반인이 여유 시간을 활용해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라이더 경력의 한 헬퍼는 ‘해주세요’로 월 수입 500만 원을 올리기도 했다. 조 대표는 “헬퍼 가운데 직장 생활을 하며 ‘투잡’ 뛰는 것을 앱에 밝히는 경우도 있다”며 “지역에 따라 헬퍼 수입도 빈부 격차가 있지만 오토바이를 몰지 않아도 월 수십만 원의 부수입을 원하는 지원자들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해주세요’는 지난해 6월 출시 후 반년 만에 다운로드 30만 건을 넘었다. 거래된 심부름은 20만여 건에 달한다. 그동안 전문 심부름 업체나 다른 C2C 플랫폼들 상당수가 문을 닫았던 것과 비교하면 단기간 약진이다. 그는 “심부름 플랫폼은 진입 장벽이 높지 않아도 운영·응대가 쉽지 않아 실패하는 업체가 적지 않다”며 “차별화를 위해 사용자 편리성과 헬퍼 인증 및 관리 등에 힘을 쏟았다”고 강조했다.
심부름 거래 수수료가 수익인 하이퍼로컬은 지난해 말 월 매출 1억 원을 달성했다. 코로나19 기세가 꺾이지 않았던 때 앱을 출시한 조 대표는 당분간 비대면 심부름과 초단기 일자리 수요 증가세가 일치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생활 편의 서비스는 매출 감소로 폐업하는 소상공인이나 실직한 사람들을 돕는 기회도 될 수 있다”며 “게임 레벨 올리기나 문서 번역, 진로 상담 등 서비스 대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전문가 마켓도 새해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학생 때 미국으로 건너가 스탠퍼드대에서 동아시아학을 전공한 조 대표는 귀국 후 카카오 전략지원팀과 일본 현지 정보기술(IT) 업체에서 근무했다. 직장 생활을 접은 후 창업해 5년간 키운 성형 정보 앱 ‘뷰티소셜’을 헬스케어 기업 케어랩스에 매각했고 지난 2021년 두 번째로 창업한 게 하이퍼로컬이다. 현재 1인 기업으로 운영 중인 그는 “7년간 스타트업을 꾸려가며 수없이 거친 시행착오가 플랫폼 사업의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새해 목표는 앱 다운로드 100만 건 달성, 헬퍼 10만 명 확보다. 미일 현지 경험을 토대로 해외시장 진출 청사진도 그리고 있다. 그는 “'해주세요'를 시대와 트렌드에 맞는 서비스 앱으로 만들겠다”며 “2~3년 내 상장하는 게 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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