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고용노동부의 메시지가 강경 모드로 눈에 띄게 바뀌었다. 그동안 ‘예방’을 강조하던 메시지는 ‘수사’와 ‘형사처벌’에 방점이 찍히는 모습이다. 최근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 발생 이후 중대재해법의 엄격한 집행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안경덕 고용부 장관은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국기관장과 중대재해법 시행 점검 회의를 열었다. 중대재해법 시행을 불과 사흘 앞두고 최종 점검차 열린 회의에서 안 장관은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는 산업 현장에 재해 예방 체계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지원뿐 아니라 수사에 있어도 엄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유해·위험 요인을 묵인하고 방치해 발생한 중대재해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장관은 이날 모두 발언에서 ‘수사’라는 단어를 무려 열여섯 번이나 언급했다. 반면 ‘예방’이라는 단어는 여덟 번만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중대재해 사건 수사를 담당할 8개 지청 실무자들이 온·오프라인 방식으로 참석했다. 안 장관의 발언은 이들에게 일종의 수사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안 장관은 “관행적인 안전 수칙, 작업 계획서를 준수하지 않았는지, 동종·유사 재해의 재발인지, 종사자가 의견을 개진해도 묵인되거나 방치돼 중대재해가 발생했는지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점도 여러 차례 예고했다.
그동안 고용부는 중대재해법의 목적이 재해 예방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올해 1조 1,000억 원 규모의 산재 예방 지원 사업 예산도 중대재해법이 요구하는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지원에 쓰인다. 하지만 안 장관의 이날 메시지는 예방보다 분명 수사로 무게가 쏠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의 여파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 직후 정부는 지난 23일 사고 수습을 전담할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구성했다. 안 장관은 본부장을 맡아 사고 현장에서 첫 회의를 열었다. 점검 회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전국 현장별로 중대재해법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기업들이 대거 몰린 수도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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