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마케팅에 한창 열을 올릴 시기임에도 공식 후원 기업들은 조용한 분위기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다음달 4일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개막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공식 후원사 중 상위 13곳이 올림픽 광고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최근 신장위구르 강제노동 등 인권 탄압 문제로 미국·영국·일본 등 주요국들이 사실상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국제사회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일부 기업들이 이번 올림픽 마케팅은 포기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했다. 대표적으로 비자·프록터앤드갬블(P&G)·코카콜라 등이 여기 포함된다.
특히 지난 1988년 캐나다 캘거리 동계 올림픽부터 수십년간 올림픽 결제시스템 부문 후원사를 자처했던 비자카드가 대표적이다. 비자카드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하거나 소셜미디어(SNS) 마케팅을 전혀 진행하고 있지 않다. 코카콜라는 올림픽과 관련한 광고 캠페인은 중국에서만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P&G도 베이징 올림픽과 관련한 광고는 중국 소비자들에게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 기업들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엔 개막 100일 전부터 활발한 마케팅 경쟁을 벌여왔다. IOC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비자·P&G·코카콜라 등 기업은 소치(2014년 동계)·리우(2016년 하계) 등 2차례 올림픽 대회에 모두 10억달러(1조2,000억원) 이상을 후원했다.
앞서 비자카드는 지난 평창올림픽 당시 트위터를 통해 매일 평창올림픽 개막 카운트다운을 하며 올림픽 때 선보일 신기술 등을 선전했다. P&G도 '편견을 넘은 사랑'이라는 주제로 글로벌 광고 캠페인을 펼쳤다. 코카콜라도 세계 시장에서 대규모 TV 광고를 집행하며 올림픽 마케팅에 열을 올린 바 있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이 ‘외교적 보이콧’을 하고 있다면, 전 세계 200여개 인권 단체들은 곳곳에서 연일 시위를 벌이며 베이징 올림픽 후원과 경기 중계방송을 취소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미국 인텔은 "중국이 신장에서 대량학살을 자행하고 있다"며 IOC에 올림픽 연기를 요청했다. 코카콜라는 이번 베이징올림픽에 대한 직접적인 발언을 하지 않았지만, 올해 말 카타르에서 열릴 월드컵과 경기장 건설과 관련해 심각한 인권 유린 문제를 지적했다.
2008년 베이징 하계 올림픽 미국 올림픽위원회 최고마케팅책임자(CMO)였던 릭 버튼은 "이 회사들은 올림픽 스폰서 계약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했지만 글로벌 마케팅 기회를 놓치게 됐다"며 "미국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도 중국에서 계속 사업을 해야 하는 난처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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