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4.0% 성장했다고 한국은행이 25일 밝혔다. 2010년(6.8%)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지난해 민간 소비는 3.6% 증가해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수출도 9.7% 성장해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는 정부의 적극적인 돈 풀기에 의지한 측면이 크다. 정부는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총 49조 8,000억 원의 추가경정예산을 집행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에 대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위기에 강한 경제임을 입증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정부가 자화자찬할 상황이 아니다. 무엇보다 기저 효과가 컸다. 2020년 성장률은 코로나19 탓에 -0.9%를 기록했다. 전년의 역성장이 만들어낸 착시인 것이다. 그나마 성장을 이끈 요인은 사라지면서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의 전조인 먹구름만 몰려오고 있다. 반짝 살아나던 소비는 지난해 12월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다시 얼어붙기 시작했다. 오미크론 변이가 급속히 확산되고 금리가 오르면서 소비는 더 꺾일 가능성이 커졌다. 무역수지는 지난해 12월에 이어 올 1월까지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2개월 연속 적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이다. 물가가 오르는 가운데 환율은 뛰고 증시는 추락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움직임에 따라 나스닥이 요동치고 월가에서는 버블 붕괴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데도 우리 정치권은 대선을 앞두고 표에 눈이 멀어 돈 풀기 경쟁만 벌이고 있다. 잠재성장률은 2%대로 내려온 지 오래다. 2030년부터는 0%대로 주저앉는다는 잿빛 전망까지 나왔다. 4% 성장에 호들갑 떨지 말고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한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2020년 기업의 발목을 잡은 준조세가 72조 원으로 당기순이익(약 115조 원)의 62.5%에 달했다. 이런 규제 사슬들을 제거해야 기업의 기초 체력을 키우고 초격차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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