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은 많은 순간 사람의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평생 일하며 살아야 하는 우리에게 있어 운을 좋게 만든다는 건, 무엇보다 내 인생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을 충실하게 대하는 일 아닐까? 누군가 곁에 있고 싶은 사람,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 믿고 추천할 수 있는 사람의 상태로 나를 유지하는 일 말이다. (…) 사람들이 모두 어떻게든 연결되어 있다는 걸 인지하고, 받을 것을 계산하기 전에 먼저 주는 일, 정확한 타이밍에 성실하게 피드백하는 행위가 운을 좋게 만드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황선우, ‘사랑한다고 말할 용기’, 2011년 책읽는수요일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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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연애에세이처럼 보이는 이 책의 비밀은 부제목에서 드러난다. ‘목숨 걸지도 때려치우지도 않고, 일과 나 사이에 바로 서기.’ 이것은 놀랍게도 ‘일을’ 사랑한다고 말할 용기에 관한 책이다. 사실 일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은 괜히 쑥스럽다. 건실한 신입사원의 면접용 대사 같다. 실제로 어떻게 노동 그 자체를 사랑하겠나.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일하면서 얻는 보람과 사람, ‘우리가 해냈다!’는 짜릿한 감각일 것이다. 일은 고통스럽지만 그 일을 기어이 끝내고 경쾌하게 하이파이브하는 순간을, 우리가 ‘함께’ 도모한 일이 영향력을 갖고 세상에 퍼져나가는 순간을 사랑한다. 그래서 결국 일을 사랑한다는 것은 사람을 사랑하는 일과 같음을, 연차를 쌓아갈수록, 일을 하면 할수록 절실히 깨닫는다.
‘행운은 사람의 얼굴을 하고 온다’는 황 작가의 문장은 느슨해지려던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한다. 지쳐서, 바빠서, 상대가 무례해서 나까지 흐트러지는 순간이, 일하다보면 반드시 온다. 그러나 나의 행운이 어떤 사람의 얼굴을 하고 올지 지금의 나는 알지 못한다. 일할 때도 쓸데없이 ‘썸’타지 않고, 기꺼이 사랑할 만한 사람을 사랑하고, 계산하기 전에 내가 먼저 내어준다. 내가 먼저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기로 한다. 용기 있는 자가 일에서도 성공을 쟁취할 것이다./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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