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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돈 더 버는 배달로 몰려…공장서 일할 외국인 없어요"

■인력난 시달리는 반월·시화공단

도금·표면처리 등 뿌리산업 업체

코로나로 외국인 근로자 입국 뚝

52시간제 따른 기존 인력 유출도

"채용해도 언제 나갈지 몰라 걱정"

전문가 "탄력근로 규제 완화해야"

경기도 안산의 뿌리산업특화단지 내 공장에서 일하는 한 외국인 노동자가 지난 25일 오후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고 있다./안산=김태영 기자




도금·표면 처리 등 ‘뿌리기술’ 공장이 몰려 있는 경기도 안산 반월·시화공업단지에서 다양한 외국어를 듣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3D 업종’이라는 인식에 내국인이 외면하는 자리를 외국인 노동자들이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기자가 찾은 한 알루미늄 표면 처리 업체에서도 외국인 직원들이 능숙하게 분류 작업을 하고 지게차로 제품을 옮기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공장이 비교적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업체 대표의 표정은 어두웠다. 업체 대표 A(59) 씨는 “외국인을 구할 수가 없어서 지난해에 5개월 동안 열댓 명이 할 일을 한국 직원 4~5명이 하느라 너무 힘들었다”며 “지난달 가까스로 외국인 3명을 채용했는데 언제 나갈지 몰라 걱정”이라고 말하며 답답해했다.

제조업의 근간을 떠받치는 뿌리산업이 내국인 취업 기피 업종이 된 데 이어 이제는 ‘외국인 인력난’까지 겪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외국인 노동자의 신규 입국이 위축되며 채용할 인력 규모가 대폭 줄어든 탓이다. 설상가상으로 주 52시간제가 중소기업에도 적용되면서 외국인 인력이 배달·물류 분야로 유출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업종 특성을 고려한 규제 완화 등의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경기도 안산의 한 도금단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일을 마치고 퇴근하고 있다./안산=김태영 기자




이날 공단에서 만난 업체 관계자들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외국인 노동자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다. 아연도금 업체를 운영하는 최 모(62) 씨는 “외국인을 채용하려고 인력사무소에 문의했는데 사람이 정말 없다더라”며 “일당으로 11만~12만 원을 원하는데 요즘 매출로는 도저히 맞출 수가 없어 포기했다”고 말했다. 영세 업체일수록 어려움은 크다. 안산도금단지조합 관계자는 “사람은 없는데 찾는 곳은 많다 보니 외국인들이 일이 쉽고 육체노동이 덜한 대형 사업장을 골라서 취업하는 상황”이라며 “작업이 어려운 영세 업체들은 인력난이 극심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은 코로나19로 외국인 노동자 신규 입국이 줄어들면서 나타난 결과다. 정부는 2020년부터 비전문취업비자(E-9) 외국인 근로자의 입국이 가능한 국가를 방역 위험도에 따라 종전 16개국에서 캄보디아·베트남·중국 등 6개국으로 축소했다. 이에 따라 신규 입국자는 예년의 5만 명 수준에서 지난해 1만 500명 정도로 줄었다.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E-9)도 2019년 22만 3,000명에서 지난해 11월 현재 15만 9,689명으로 28.3% 감소했다. 현장의 어려움을 감안해 정부가 지난해 11월부터 유전자증폭(PCR) 검사와 백신 접종을 전제로 16개 송출국의 입국을 모두 허용했지만 인력난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경기도 안산의 한 도금 공장에서 직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안산=김태영 기자


급기야 지난해 7월부터 근로자 50인 미만 중소기업에도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면서 배달과 물류 분야로 외국인 인력이 유출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A 씨는 “한국에 오는 외국인들은 초과근무를 해서라도 돈을 벌겠다는 목적인데 근무시간이 줄어들면서 월급도 100만 원 가까이 줄었다”며 “외국인 노동자들이 돈을 더 벌 수 있는 물류센터나 배달 아르바이트로 빠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안산도금단지조합 관계자는 “비전문취업 제도는 영세 사업장의 인력 충원을 돕기 위해 도입됐지만 최근의 움직임을 보면 취지에서 많이 벗어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특별근로 연장 요건과 절차를 완화하는 등의 방식으로 주 52시간제의 부작용을 보완해 중소 제조 업체들의 인력난을 풀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동법 전문가인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은 특별연장 근로를 한정된 상황에만 허용하고 있는데 제조업은 바쁜 시기에 집중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게끔 요건을 넓게 해줘야 한다”며 “절차도 간소화하고 현재 최장 6개월까지만 할 수 있는 탄력근로제도 1년 단위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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