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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축소판' 학교 집어삼킨… '편견의 산물' 좀비 바이러스

[리뷰]넷플릭스 2022년 첫 오리지널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

빈부격차 등 사회적 갈등 담아

학생들 반목 속 서로 감염 시켜

CG로 만든 외양·액션 등 눈길

등장인물 많아 집중도는 아쉬워





“희망 같은 거 갖지 마.”

가상의 도시 효산의 한 고등학교 과학실, 팔다리가 묶인 채 발작을 일으킨 여학생에게 과학교사 이병찬(김병철 분)은 진정제를 주사하며 이렇게 말한다. 여학생은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다. 이 사실을 모르는 선생님들이 이 학생을 병원으로 보내는 바람에 학교는 물론 도시 전체에 바이러스가 퍼진다. 경찰에 연행된 이병찬은 모두 다 죽을 거라는 말과 함께 이 대사를 반복한다. 오는 28일 공개되는 넷플릭스의 12부작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이 학교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말이다. 작품 속 학교는 세상의 어두운 모습이 응결된 공간이다.

넷플릭스가 올해 처음 공개하는 오리지널 시리즈물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 바이러스가 시작된 학교에 고립된 남온조(박지후), 이청산(윤찬영), 최남라(조이현), 이수혁(로몬) 등 학생들이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네이버웹툰에 연재된 동명의 인기 웹툰이 원작으로, 유튜브에 공개된 예고편이 약 열흘 만에 조회수 1,000만 건을 넘길 정도로 국내외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넷플릭스가 ‘킹덤’ 시리즈와 ‘스위트홈’에 이어 한국에서 세 번째로 낸 좀비 크리처물에 합류한 ‘완벽한 타인’의 이재규 감독과 ‘추노’의 천성일 작가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익숙한 좀비 서사를 변주해낸다. 이 감독은 26일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폐쇄된 공간에서 성숙하지 못하고 사회화되지 못한 학생들에게 벌어지는 일”이라며 “학생들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였을 때 내리는 선택을 지켜보는 게 재미있고 의미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극 중 좀비영화 ‘부산행’이 언급되는 등 인물들이 좀비의 존재를 안다는 설정도 이채롭다.

이 작품은 사람 사이의 편견이 어떤 참사를 낳는지에 대한 잔혹우화이기도 하다. 높은 표현 수위만큼 이야기의 내용도 강렬하다. 학생들은 빈부격차를 비롯해 어른들이 갖는 편견을 그대로 흡수한다. 1회 초반 반장인 최남라(조이현 분)가 “우리 중 어느 누구도 인간의 편견에서 벗어날 수 없다. 우리 모두는 다른 사람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는 영문을 해석하는 장면이 앞으로의 극 주제를 암시한다.





이 감독과 천 작가는 여러 사회적 문제들을 학교를 무대로 쏟아낸다. 가난한 사람을 무시해 온 부잣집 딸 이나연(이유미 분)은 임대아파트 주민인 앙숙 경수(함성민)와 반목이 계속되자 바이러스 감염자의 피가 묻은 손수건으로 경수의 상처를 닦아서 좀비로 만들어버린다. 바이러스에 처음 감염됐던 진수(이민구)는 학교 폭력의 피해자다. 좀비 바이러스는 아들 진수가 괴롭힘 당하는 걸 보다 못한 이병찬이 동물이 분노하는 순간의 혈청을 채취해 만들어낸 것으로 그려진다.

컴퓨터그래픽(CG)으로 공들여 만든 좀비들의 움직임과 외양, 배우들의 액션은 시청자들이 극에 몰입하게 만드는 요소다. 좀비로 변한 학생들을 보여주는 슬로모션 연출도 눈에 띈다. 다만 학원물의 특성상 등장 인물이 많다보니 주요 인물에 대한 집중도는 떨어지는 편이다. 일부 남학생 역할 배우들의 연기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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